제363장
그때 나는 분노와 고통으로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할머니 가시는 길을 배웅했다.
물론 중간중간 빌어먹을 아버지의 뒷모습을 볼 때면 분노를 참지 못해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말아쥐었지만 말이다.
내가 의지해야 할 사람이, 나의 힘이 되어줘야 할 사람이 할머니를 이용해 자기 사리사욕이나 채우고 있는 꼴이라니,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정서현을 달래준 후 홀로 뒷마당을 배회하며 환하게 비추고 있는 달빛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할머니와 함께했던 따뜻한 순간이 스쳐 지나고 할머니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정서현 앞에서는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은 나도 할머니가 아주 많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다시 한번 할머니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다시 한번 할머니의 품에서 애교를 부리고 그녀의 곁에서 잠들고 싶었다.
나는 얼마간 울다가 천천히 감정을 추스르고 자리를 벗어났다.
지금 이 순간 제일 힘든 사람은 정서현이고 제일 위로가 필요한 사람 역시 정서현이다.
방으로 들어오자 정서현이 쿠션에 얼굴에 묻은 채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문이 열리자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새 많이 울었는지 눈가가 또다시 빨개져 있었다.
나는 슬픔에 가득 잠긴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서현아, 이제 울어도 돼. 마음껏 울어. 하지만 오늘까지만 울어. 내일부터는 울지 말고 환하게 웃어. 그래야 할머니도 안심하고 떠날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해주었다.
정서현은 내 말에 눈물샘이 고장 난 아이처럼 서럽게 눈물을 흘려댔다.
그렇게 얼마간 울었을까 정서현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딱 오늘까지만 울 거야... 내일부터는 다시 원래의 정서현으로 돌아갈 거야. 할머니도 내가 그러기를 바랄 테니까.”
나는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서현은 어쩌면 내일도 또다시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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