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9장
금발의 남자도 내 시선을 느꼈는지 부드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호수를 그리고 있나요?”
나는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다가가 물었다. 남자의 그림 실력이 궁금하기도 했고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두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게 생각나 남자가 익숙한 언어로 물으려는데 내 행동이 갑작스럽게 느껴졌는지 남자는 살짝 빨개진 얼굴로 난감한 표정으로 묵묵히 내게 그림을 건네줬다.
“여기로 온 건 경치를 그리려는 게 아니라 전통 복장을 그리려고 온 거예요.”
하지만 남자의 국어 실력이 이 정도로 유창할 줄은 몰랐다. 건네받은 그림에는 물결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옷감의 드레스가 그려져 있었는데 스케치였지만 눈이 번쩍 뜨일 정도였다. 자연 풍경을 이 정도로 자연스럽게 패션에 녹아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자연에서 영감을 따오고 자연과 화합하려면 모든 설계 포인트를 자연에 자연스럽게 녹여야만 가식적인 것을 던져버리고 원래의 순박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스케치를 보고 너무 큰 감명을 받아서 막 새로운 영감이 샘솟네요. 여기서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나 다름없어요.”
서양인들은 신의 이름으로 자칭하는 걸 좋아했지만 앞에 보이는 남자는 국어가 아주 유창했고 동양인만 갖고 있는 특유의 기질도 느껴졌다. 내가 너무 직설적으로 칭찬해서 그런지 남자는 빨개진 얼굴로 그저 웃기만 했다.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어요.이름은 김수아, 이곳에 연수하러 왔죠? 나는 옆 반 서모건이고 혼혈입니다.”
서모건이 먼저 대범하게 자기소개하자 나는 살짝 놀랐지만 이내 차분함을 되찾았다. 이렇게 우수한 사람과 만날 기회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의 삶을 살아가려면 친구의 도움도 받고 인맥도 넓히면서 더 많은 걸 내다봐야지 혼자 묵묵히 앉아 마음을 닫아걸고 설계하면 절대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다.
“이번에 디자이너 콘테스트 신청한 거 알아요. 나는 참석하지 않았지만요. 이런 시합은 정말 싫지만 패션을 디자인하는 건 좋아요.”
서모건은 내 마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