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난 김정태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어제저녁 상류 인사들과 친해지지도 못했는데, 이런 창피한 일까지 당했으니 이 순간 나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김수아!”
김정태가 짐승처럼 포효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는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무슨 염치도 없이 집에 들어온 거야! 넌 어떻게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도 몰라? 지금 회사에 얼마나 큰 손해를 입혔는지 알기나 해?”
내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하게 서 있자 김정태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떻게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있어? 이렇게 큰 사고를 저질러놓고 어떻게 수습하려고!”
김정태는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마치 배상금을 나한테서 받아내려고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나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고 말았다.
이미 마음이 식어버려서 아픔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었다.
분명 난 친딸인데, 내 처지가 어떤지 관심해 보지도 않고, 이 일로 인해 내가 어떤 영향을 받았을지 생각하지도 않고, 오히려 묻고 따지지도 않고 내가 막대한 손해를 안겨줬다고 나무라다니.
한 사람이 이용 가치가 없으면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건가?
“일이 발생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빠는 저한테 관심 한번 줘본 적 없어요. 제 심정은 어떨지 생각해 보셨어요? 앞뒤를 가리지 않고 일단 화부터 내고. 그러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제가 배상금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이해해야 하는 거예요?”
나의 말에 김정태는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는 내가 왜 눈을 부라리고 째려보는지 몰랐다.
옆에서 거들기 좋아하는 이미영이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수아야, 널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너도 이제 성인인데 아빠 근심 걱정을 좀 덜어주면 안 되겠니?”
싸움을 말리는 것으로 보여도 사실 나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절벽으로 밀고 가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나름대로 일리 있다는 듯이 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나는 피식 웃을 뿐 쇼핑백을 바닥에 던졌다.
누군가로 인해 찢어진 드레스가 모습을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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