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장
마침 두 학생이 자료를 안고 걸어왔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내 귀로 전해지자 내가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 말 몰라? 가끔은 돈도 능력이 된다는 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두 사람의 말을 듣다가 마음이 불안해졌다. 두 사람이 말하는 ‘바보’는 이미 성공적으로 교환학생이 되어 외국으로 나갔고 그 기회가 내가 잃어버린 기회 같았다. 나는 기억을 되새기며 두 사람의 대화에서 더 많은 단서를 찾아내려 했다.
“그래. 나도 들어봤지. 집에 돈도 많고 백도 세다면서. 다른 사람 기회를 그대로 채갔다던데?”
다른 학생이 볼멘소리로 맞장구쳤다. 말투에서 불만과 질투가 물씬 느껴졌다. 나는 마음속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정말 돈인가?’
나는 이내 이 생각을 부정하며 그래도 이 세상에 공평과 정의는 존재한다고 믿었다. 나는 조금 더 깊게 조사해 사건의 진상을 알아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그들에게로 다가가 웃으며 물었다.
“지금 얘기하고 있는 사람 누구야? 난 왜 못 들어봤지?”
두 사람은 내가 괜한 일에 끼어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대답해 줬다.
“그 실험팀에 새로 온 남자애 있잖아. 이강석이라고. 집에서 회사를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돈이 많다더라고.”
‘이강석?’
나는 머릿속으로 이 이름을 빠르게 스캔했지만 아무 인상도 없었다.
‘정말 내 기회를 앗아갔나?’
나는 더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기괴하다고 생각했다. 누가 그 기회를 앗아가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이국땅에서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기회를 잃은 이상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그 사람들과 인연을 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야에 익숙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고서준은 내 행방을 신경 쓰는지 내가 교환학생 기회를 잃은 후로 빈번하게 내 앞에 나타났다. 나는 고서준과 이런 식으로 자꾸 마주치는 게 싫었지만 내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기에 최대한 만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날 평소처럼 물건을 정리하고 강의 들으러 가려는데 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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