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4장
“응. 하지만 수아 씨도 꼭 기억해줘. 나는 정말 진심으로 수아 씨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는 거.”
나는 나민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저 가만히 차창 밖을 쳐다보았다.
그가 아직 내게 할 말이 남았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그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다. 앞으로는 정말 내 세상에서 사라질 사람일 지도 모르니까.
나는 내 세상에 나를 배신한 사람을 들여보낼 생각이 없다.
“내가 하는 말이 모두 거짓말처럼 느껴지겠지만 수아 씨를 사랑했다는 건 진심이었어. 나는 그저 방법을 잘못 택한 것뿐이야. 나는 수아 씨가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만약 내가 수아 씨한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이 되도록 사죄하고 또 노력하고 싶어.”
세상에 이런 인간이 또 있을까?
내 진심을 짓밟아 놓고 내 존엄까지 뭉개버려 놓고 이제 와서 내가 자신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나민준은 정말 내가 만만한 건가?
“고명진 회장이 선배한테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선배가 한 짓 때문에 상처를 받았어요. 그래서 더 이상 선배와는 그 어떤 말도 섞고 싶지 않아요. 이대로 영영 얼굴을 보지 않으면 더 좋고요.”
차 안에 있는 게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배신당하는 게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데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왜 아직도 이렇게 아픈 거지? 왜 아직도 마음을 단단히 먹지 못하는 거지?
나는 결국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차에서 내렸다.
밖으로 나와보니 하늘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이곳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어쩌면 차 안에서 각자의 선택을 이미 내린 건지도 모른다.
비가 오려는 징조인지 습한 공기가 주위를 맴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까까지만 해도 화창하던 하늘이 지금은 먹구름이 잔뜩 끼었고 곧바로 물방울들이 하나둘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변덕스러운 하늘이 꼭 나와 나민준 같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친구였고, 어쩌면 평생의 소울메이트가 될지도 모르는 사이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한순간에 남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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