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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나는 어이가 없어 눈에 흰자를 보이면서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 나민준이 나의 뒤를 따르면서 말했다. “언제 경성에 온 거야? 부동산은 왜 보러왔어? 경성에 집 사려고?” 정말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나는 그를 무시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질문할 줄 몰랐다. “경성에 집 사는 거 가족들은 알아?” 내가 그만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자 나민준은 교활한 여유처럼 웃고 있었다. “이제야 발걸음을 멈추네.” 나는 주먹을 꽉 쥔 채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뜻이에요?” “아무 뜻도 없었어.” 나민준이 나에게 접근하더니 배시시 웃었다. “그냥 현지인으로서 잘 대해주고 싶은 것뿐이야. 여기까지 왔는데 이곳저곳 구경시켜 줘야지.” “그럴 필요 없어요.” “그러면 집 살 때 값을 깎기나 했어? 아니면...”’ 나민준이 턱을 만지면서 말했다. “가족들한테 알려줄까...” “그만하시죠?” 나는 그가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잘라버렸다. 나민준이 자신만만해하는 모습에 나는 그를 때리고 싶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나민준은 나를 데리고 경성 투어를 떠났다. 줄 서면서까지 마시는 밀크티 맛집을 찾아다니고, 핫플을 찾아 사진도 찍고, 맛도 없는 SNS 맛집에 가서 밥 먹기도 했다. 정말 재미라곤 1도 없었다. 가끔 태어나서부터 경성에서 자란 사람이 맞나 의심되기도 했다. 세 번째 날 밥 먹으러 가던 길, 나민준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단 십몇 초간의 통화였지만 나민준은 얼굴이 확 굳어지면서 밖으로 나갔다. 이렇게 심각한 표정을 처음 본 나는 뒤에 있는 택시를 잡아 그를 미행하기로 했다. 그러다 한 요양원 앞에 도착하게 되고, 나도 그를 따라서 택시에서 내렸다. 몰래 뒤를 따라가다가 나민준이 VIP 병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이곳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 가족 보러왔다고 해도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나는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 싶어 로비에서 서성거렸다. 나민준은 나랑 부모님과의 관계도 알고 있었고, 내가 경성에서 집을 사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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