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2장
지치고 힘들 때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은 할머니의 곁이었다.
할머니는 언제나 나를 지켜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나민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왔어요? 회사에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나민준은 할머니 곁에 무릎을 꿇고 몇 마디를 건넨 뒤 일어나 내 손에서 휠체어를 받아 갔다.
“거의 다 처리했어.”
“설날 전에...”
나민준이 고개를 돌려 나를 봤고 나도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그때 가서 얘기할게.”
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그와 함께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일하는 동업자로서 말씀드리는데 비밀을 숨기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니에요.”
나민준은 허리를 굽혀 할머니의 안전벨트가 잘 매어졌는지 확인하고는 말했다.
“할머니, 우리 이제 신나게 달려볼까요?”
그러더니 몸을 일으키며 내게 도전적인 눈빛을 보냈다.
“그럼 한 번 잡아보든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민준은 할머니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어린애 같은 행동에 나는 멍해졌다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설이 다가오니 병원의 분위기도 평소보다 덜 무거워 보였다.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보자 나민준이 소리쳤다.
“간호사 누님들, 여기 미인 지나갑니다. 길 좀 내주세요!”
그 모습을 보고는 사람들도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서로 잘 아는 몇 사람은 장난스레 소리쳤다.
“민준 씨가 말한 미인이 뒤에 있는 수아 씨 아니에요?”
나민준은 달리면서 뒤돌아보며 말했다.
“아니거든요! 미인은 할머니시죠!”
“아이고. 수아 씨, 명절에 이 녀석한테 맛있는 거 해주지 말고 그냥 두세요.”
평소 친한 아주머니들이 나와 나민준을 놀리기 시작했고 나는 이제는 익숙한 이 상황에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아주머니 말대로 할게요.”
“과일 사는 걸 까먹지 마요. 못 샀으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집에 배달해 줄 테니까.”
“네, 알겠어요.”
나는 웃으며 아주머니들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나민준을 따라 빨리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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