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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재수가 없네.” 정서현은 이지현을 보자마자 불쾌해하면서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수아야, 여기 똥파리들이 많네. 다른 가게로 가자.” 이지현의 성격을 봤을 때 무조건 난리를 칠 줄 알았다. 나도 기분이 별로인지라 이들과 말싸움하고 싶지 않아 정서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정서현과 함께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고 이지현의 껌딱지들이 이지현을 힐끔 보더니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 “잘난 척은. 집안이 파산될 지경이라는 걸 누가 모를 줄 알고. 왜 아직도 저렇게 도도한 척하는 건데.” 이지현이 그들을 말렸다. “그만해.” “누구를 말하는 거야?” 이때 정서현이 갑자기 뒤돌아서더니 씩씩거리면서 이지현을 밀쳐내고 껌딱지들의 앞으로 다가갔다. 퍽! 이지현은 그만 옆에 있던 옷걸이에 부딪히고 말았다. 이때 껌딱지 중의 한 명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면서 말했다. “지현아. 괜찮아? 서현아. 너는 왜 사람을 밀치고 그래?” “밀쳤는데 뭐 어때서? 한 번만 더 말 함부로 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정서현은 이미 그들의 앞으로 다가가 손찌검하려고 했다. 인수를 봤을 때 상대적인 열세에 처해있는 것도 모자라 우리 둘은 평소에 곱게 자라서 무거운 것도 들지 못했다. 정말 싸움이 난다면 우리는 절대 이길 수가 없었다. 우리가 먼저 싸움을 거는 건 말도 안 되었다. 나는 수능 전날 정서현이 나 때문에 영향받는 것이 싫어 재빨리 그녀의 손을 막고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나의 이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은 겁먹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껌딱지 한 명이 피식 웃더니 정서현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주인도 눈치껏 가만히 있는데 너는 왜 옆에서 함부로 짓고 난리야.” 쨕! 나는 바로 상대방의 뺨을 때렸다. 다시 태어나면서 시시각각 다른 사람과 맞설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과 시간 낭비할 필요도 없다고 느껴서 그동안 이지현이 했던 짓들을 보고도 못본 척했다. 그런데 참았더니 내가 만만한 멍청이인 줄 알았나 보다. 나랑 함께 있는 친구마저 업신여길 정도로 만만해 보였으니 말이다. 내가 전혀 망설임 없이 손을 휘두르는 바람에 상대방의 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나고 말았다. 내가 뺨 때릴 줄 몰랐는지 이지현은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껌딱지 편을 들기 시작했다. “김수아, 왜 사람을 때리고 난리야.” 정서현도 본능적으로 앞에 서서 나를 보호하려고 했다.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데!” 나는 이지현을 무시한 채 정서현을 뒤로 끌어당기면서 이지현의 껌딱지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름이 강다혜 맞지? 저번에 시험 끝나고 싸움질해서 퇴학당할 뻔했는데 부모님이 교장실에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한 덕에 겨우 퇴학은 면했다고 하지 않았나?” 은산 고등학교는 은산시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이며 각양각색의 학생이 있었다. 나처럼 가정형편이 좋아 학교에 후원금을 내면서 학교에 들어온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이지현, 강다혜처럼 가정형편이 별로지만 성적이 좋아서 자기 능력으로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도 있었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다른 점을 꼽자면 우리는 그들보다 선택지가 더 많았고 자신감도 넘쳤다. 강다혜는 내가 한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 나는 또 강다혜를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내일이면 곧 수능인데 사고 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아니면 어디 한번 해보든가. 자기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지.” 나는 경고의 눈빛으로 째려보자 이지현은 멈칫하더니 눈시울을 붉히면서 말했다. “김수아, 지금 우리를 협박하는 거야?” “이지현.” 나는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지만 애써 화를 삭이면서 말했다. “사실 나한테 이런 수작 부릴 필요 없어. 내가 자주 말했던 것 같은데? 이제 더 이상 고서준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나한테 적개심을 품을 필요도 없으니까 제발 나한테 신경 좀 꺼줘. 네가 똑똑한 사람이라면 공부나 열심히 해서 자기 개발에나 집중해. 서준이 할아버지는 너를 좋아한다 치고, 서준이 엄마는 그래도 가정형편이 비슷한 집안사람을 좋아할 것 같은데.” 내가 말을 끝냈을 때, 이 둘은 이상하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상한 느낌에 정서현을 쳐다보았다. 정서현도 나를 쳐다보면서 입을 움찔하더니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 “귀신이라도 본 건가?” 이때 갑자기 고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수아. 선견지명이 있는 것 같은데 경성 대학교에 붙을 수 있을지는 예상이 돼?” 나는 그만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고서준이 왜 여기 있는 거지? 내가 아까 했던 말, 어디까지 들은 거지?’ 내가 더는 고서준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의 집안일을 함부로 말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괜히 찔려서 얼마나 뻘쭘했는지 모른다. “왜? 계속 말하지 그래. 아까는 엄청 잘 말하더니.” 고서준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나는 흠칫할 뿐이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다 애써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서 뒤돌아섰다. “도련님께서는 뭘 듣고 싶으신 거죠? 듣고 싶은 대로 말씀해 드릴까요?” 뒤에서 다른 사람 흉을 보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당사자의 귀에 흘러 들어간 이상 잘못을 했다고 해도 인정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고서준과 이지현을 생각해서 했던 말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퍽! 고서준은 갑자기 옆에 있는 마네킹을 발로 걷어찼다. 모든 사람들은 놀라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고, 가게 직원마저 마네킹이 고장 난 것을 보고도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이지현도 고서준이 이 정도로 화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지 붉어진 눈시울을 하고서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서준아...” “나가!” “서준아...” 이지현은 또다시 고서준의 이름을 불렀다. 고서준은 인내심이 폭발해 또 한 번 마네킹을 걷어차더니 냉랭하게 말했다. “다 나가라고.” 이지현이 껌딱지들을 데리고 이곳을 떠난 후, 고서준이 VIP 카드를 직원한테 던져주자 직원도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었다. 결국 나, 고서준, 그리고 정서현 3인만 남게 되었다. 정서현은 내가 고서준한테 된통 당할까 봐 나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사실 정서현도 화난 고서준을 건드릴 용기가 없었다. 나는 고서준이 나한테 화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서현에게 이렇게 말했다. “먼저 나가 있어. 곧 나갈게.” “안 돼. 나...” 고서준을 힐끔 쳐다보았더니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괜찮아.” 나는 정서현의 말을 끊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난 괜찮아. 일단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조금만 있으면 나갈 거야.” 정서현은 조심스럽게 고서준을 힐끔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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