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장 결국 그런 거였어?

박지환은 두 주먹을 꽉 쥐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 여자 나 없이 못 살아.” 하지만 이 말을 내뱉는 박지환은 왠지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예전에 민서희는 확실히 박지환이 있어야만 했다. 박지환이 돌아오지 않으면 항상 비서나 기사에게 전화해 물어보았으며 박지환이 짜증을 부리면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끊었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아무 미련 없이 떠나가 버렸다. 아까와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망정, 박지환에게 애원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큰 변화가 생겼고, 박지환은 그 변화에 불안했다. “너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됐구나!” 은서경은 머리가 어지러워 눈앞이 아찔했다. 윤서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은서경을 부축했다. “어머님, 괜찮으세요?” 그러더니 박지환을 향해 한 소리했다. “지환 씨, 그만하고 먼저 나가 있어요. 어머님 화병 나서 병원에 실려 가셔야 속이 시원하겠어요?” 윤서아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항상 은서경의 생각을 존중하던 박지환은 오늘 민서희를 위해 그녀와 맞섰다. 대체 민서희가 어떤 존재길래? “나갈게. 오늘 무례하게 굴었으니 날이 밝을 때까지 입구에서 벌 받을게. 하지만 내 대답은 변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엄마 몸도 안 좋으니 더는 젊은 사람들 일에 신경 쓰지 마!” 말을 끝낸 박지환은 곧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윤서아는 은서경을 방으로 데려다준 뒤 위층에서 내려다보았고 박지환은 꼼짝없이 저택 입구에 서 있었다. 아무리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도 그의 결심에는 변화가 없었다. ‘고작 민서희를 위해, 굳이 저렇게 해야겠어?’ 윤서아는 덜컥 겁이 났다. 이번에야말로 민서희를 완전히 박지환의 세상에서 제거할 줄 알았는데, 상황은 오히려 더 안 좋게 흘러갔다. 그녀는 옷 한 벌을 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지환 씨, 날이 추워요. 몸도 젖었으니 빨리 옷부터 입어요. 그러다 병나면 나 마음 아파서 못 살아요.” 윤서아는 박지환에게 외투를 걸쳐주었다. 이때 박지환은 불쑥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따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