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5장 차가 입구에

박지환은 눈빛이 어두워졌다. 마치 날카로운 것이 그의 심장을 가르고 그 틈으로 수많은 복잡하게 얽힌 것들이 파고드는 것 같았다. 악보 때문에, 피아노 때문에 그러는 줄 알았는데...... 박지환 때문이었다고? 박지환이 준 악보를 지키느라 이렇게 비참한 꼴을 당했고, 그래서 이렇게 서럽게 울고 있다고? 박지환은 가슴을 찌르는 듯한 기분에 민서희를 번쩍 안아 들고 룸에서 나왔다. 그는 민서희를 조수석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습관적으로 백미러를 확인하던 그는 문뜩 뒤쪽에 주차한 낯익은 차가 보였다. 차 번호를 똑똑히 보던 박지환의 눈빛에는 차가움이 가득 씌었고, 그는 이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같은 시각, 윤서아는 온몸을 벌벌 떨며 겁에 질린 채 또 다른 룸의 화장실에 숨어있었다. 장준호가 민서희를 괴롭히고 있을 때, 윤서아는 우연히 밖을 내다보았고 마침 박지환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이상함을 감지했고, 모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틈을 타 룸 문을 열고 다른 룸의 화장실로 숨어들었다. 룸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는 창문과 벽을 통해 그녀의 귓가에 고스란히 들려왔다. 박지환이 민서희를 위해 장준호에게 주먹을 날리다니...... 장준호의 부친은 보신그룹 프로젝트 중 한 프로젝트의 협력 파트너이다. 그런데 박지환이 미친 걸까? 고작 민서희를 위해 수백억의 프로젝트도 버리겠다고?! 그녀는 질투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역시 박지환은 민서희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만약 박지환이 그녀도 룸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장준호에게 이 모든 것을 지시한 사람이 그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윤서아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갑자기 윤서아의 휴대폰이 울렸다. 윤서아는 너무 놀라 심장이 덜덜 떨려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휴대폰에 뜬 건 박지환의 이름이었고, 윤서아는 덜컥 겁이 났지만 애써 정서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환 씨? 어쩐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