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싹터버린 감정
서아린은 시선을 내리깔고 마음속 깊이 자신의 감정을 숨겼다. 행여나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그들에게 들킬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꼭꼭 숨기고 있다고 해도 주스 잔을 잡은 두 손은 여전히 꼼지락거리며 지금 느끼는 불안과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만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다행히 아무도 그녀의 작은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다.
말을 마친 여은찬은 고개를 돌려 잊지 않고 최한결을 놀려주었다.
“그렇지, 우리 결이?”
자신을 결이라고 부르는 여은찬에 최한결은 미간을 찌푸리며 바로 째려보았다.
“또 왜?”
여은찬은 억울하다는 듯 보았다.
“아니, 최 씨라고 불러도 안 되고. 결이라고 불러도 안 되는 거야?”
그를 상대하기 귀찮았던 최한결은 시선을 돌리다가 무심코 서아린을 보며 물었다.
“아린아, 언제 해성시로 출발하는 거야?”
그의 목소리에 서아린은 순간 긴장하게 되었고 아랫입술을 틀어 문 채 대답하려고 했다. 서하준은 우물쭈물하는 동생의 모습에 결국 먼저 나서 대신 대답해 주었다.
“다음 주 수요일이에요.”
최한결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난 다음 주 화요일에 출발해. 출발하기 전에 미리 나한테 연락하면 내가 시간 내서 데리러 갈게.”
서하준은 얼른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한결 삼촌. 부탁드릴게요.”
여은찬은 손을 내저으며 끼어들었다.
“고맙긴. 아린이는 아직 어리니까 챙겨주고 돌봐주는 건 당연한 거야. 힘든 일도 아닌데 뭘.”
최한결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그를 힐끗 째려보곤 담담하게 쏘아붙였다.
“돼지도 낯을 붉히겠다.”
“무슨 뜻이야?”
뜻을 이해하지 못한 여은찬을 보며 최한결이 답했다.
“너 뻔뻔하다고.”
“...”
여은찬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아린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오빠, 우리가 이렇게 한결 삼촌한테 신세를 져도 되는 거야?”
서하준은 운전에 열중하고 있었던지라 대충 대답해 주었다.
“그냥 간 김에 널 좀 챙겨달라고 한 건데 뭐가 문제 될 건 없잖아.”
“하지만 한결 삼촌은 바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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