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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절대 착하지 않아

도건민은 다정한 눈빛으로 임다인을 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뭐가 어찌 되었든 제인 그룹은 우리가 피땀을 흘려 키운 것이기도 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꼭 도와줄 테니까.” “그래.” 강동현도 얼른 자기 뜻을 밝혔다. “네 아버지와는 서로 목숨도 맡길 만큼 친한 사이였으니 네 일이 곧 내 일이 되는 거지. 나도 꼭 도와줄 거다.” 줄곧 묵묵히 있던 장기준도 그제야 입을 열었다. 장기준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힘이 있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내 개인 권한으로 이사회를 열 생각이다. 그때가 되면 네가 하고 싶은 일에 우리도 동참하지.” 임다인은 그들의 말에 감동의 물결이 일렁거리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감사해요.” 도건민은 손을 저으며 쿨하게 말했다. “우리한테 그런 인사는 할 필요 없다.” “참, 다인아. 아직도 본가에서 지내는 거니?” 강동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니면 우리 집으로 오는 건 어떠니. 그러면 그 인간들도 더는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 내가 네 아버지 대신 널 잘 보살펴줄 수 있단다.” 임다인은 고개를 저으며 돌려 거절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이미 본가에서는 나왔어요. 저도 이젠 저 한 몸 정도는 잘 챙길 수 있는걸요.” 그녀의 말에 강동현은 더는 설득할 수 없었다. “그럼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나한테 말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전부 해줄 테니까.” “네, 그럴게요.” 임다인은 나직하게 대답한 후 감격스러운 눈길로 그들을 보았다. 이때 무언가 떠오른 도건민이 무심코 물었다. “다인아, 남자친구는 있는 거니?” 임다인은 입술을 틀어 물더니 다소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하며 나직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저 이미 결혼했어요.” 그녀의 말에 세 사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건민은 미간을 구기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결혼했다고? 누구와? 그놈이 너한테 잘해주는 거니?” 강동현도 얼른 물었다. “인성은 좋고? 집안은? 그 집안사람들도 잘해주는 거니?” 임다인은 찻주전자를 들어 세 사람의 찻잔을 또 채워주며 얼버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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