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이성이 생기면 의리도 없구나
임다인이 샤워하러 들어간 후, 서태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 밖 베란다로 나갔다.
유리 난간 앞에 선 그는 손가락 사이로 타고 있는 시가를 가볍게 집고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을 들고 통화 중이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여은찬이 여전히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 말했다.
“형, 형 안 오면 친구들이 의리 없다고 섭섭해할 텐데 새로 연 술집에서 한잔하고 가는 게 어때?”
“안 가.”
서태윤은 전혀 흔들리지 않은 채 단호하게 거절했다.
여은찬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투덜거렸다.
“태윤이 형, 그 바쁜 한결이도 왔어. 형은 진짜 안 오는 거야?”
서태윤은 조용히 시가를 한 모금 들이마신 뒤, 얇은 입술 사이로 하얀 연기를 천천히 내뱉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오늘 밤 할머니가 별장에 계셔서 불편해.”
“알겠어, 알겠어.”
여은찬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형은 이성이 생기면 의리도 없구나.”
“이따가 너한테 돈 보내줄게. 개업 선물이라고 생각해.”
돈 얘기가 나오자 여은찬의 태도가 급변했다.
“캬, 역시 태윤이 형! 고마워요, 우리 서 대표님!”
서태윤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담담히 말했다.
“딱히 할 말 없으면 끊는다.”
“야, 잠깐만.”
그러자 여은찬이 급히 붙잡았다.
“한 가지만 더 묻자.”
“말해.”
여은찬은 느릿한 목소리로 장난스레 물었다.
“계속하는 말인데 도대체 우리 형수님 언제쯤 보여줄 거야? 형처럼 늘 차갑고 여자 근처에도 안 가던 사람이 도대체 어떤 집안의 아가씨한테 넘어간 건지 너무 궁금한데 말이지. 결혼도 이렇게 갑자기 해버리고... 설마...”
일부러 말끝을 길게 늘이며 그는 짐짓 짐작하듯 말했다.
“혹시... 사고라도 쳤어?”
서태윤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그렇게 부러우면 네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선자리라도 마련해줄까?”
여은찬이 혀를 차며 툴툴거렸다.
“태윤이 형, 제발 좀 선자리 가지고 협박하지 마. 나도 형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거라고.”
“필요 없어.”
손에 들고 있던 시가는 이미 끝까지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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