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안시연은 박현석 앞에서 박민정을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스스로 기어들어온 윤정아는 달랐다.
그럼 이제 그녀가 직접 윤정아에게 현실이 뭔지 알려줄 차례였다.
안시연은 컵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유리와 석재가 부딪히며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고 윤정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집중됐다.
“첫째, 네가 대표님이랑 함께 자랐지만 가까이 있었음에도 그에게 선택받지 못했고 결국 내가 뒤늦게 나타나 자리를 차지했어. 그건 뭐냐 하면, 그에게 넌 아무 감정도 없는 존재였다는 뜻이지.”
“둘째, 난 곡선이 없는 게 아니야. 내 경추, 흉추, 요추는 전부 곡선이 있거든.”
어두운 곳에서 지켜보던 박성준은 그녀의 기상천외한 논리에 그만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안시연이 의대생이고 공부에 진심인 걸 생각하면 뼈 얘기로 넘어가는 것도 어쩐지 자연스럽다 싶었다.
“음...”
안시연은 두 손을 아랫배에 올리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난 혼인 신고도 했고 법적으로 보호받는 부부야. 그리고 대표님은 이 아이를 굉장히 소중히 여겨. 할아버지도 날 무척 아끼시고. 그러니까 넌 기회가 없단 얘기야.”
“너... 안시연, 남자 침대에 기어 올라가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냐? 내가 그날 쫓아가지 않았더라면 네가 감히 이럴 수 있었겠어?”
이성을 잃은 윤정아가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은 마치 겁에 질려 털을 곤두세운 고양이 같았다.
“원래 오빠랑 결혼할 사람은 나였어! 네가 내 모든 걸 빼앗아 간 거야!”
안시연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네, 결국 네 입으로 인정했네. 이제 성준 오빠는 내 거라고.”
“내 말을 이상하게 해석하지 마!”
윤정아가 날카롭게 경고했지만 그녀의 화려한 화장은 이미 엉망이었고 반듯하던 진주 목걸이는 삐뚤어져 있었고 그녀에게서 더 이상 기품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함부로 해석하지 않겠다고 하란 말이야.”
안시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평온했고 심지어 물컵까지 헹굴 여유가 있을 정도였다.
“넌 그냥 대학생이야, 오빠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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