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안시연의 입덧이 어느새 끝나버렸다. 언제부터 사라진 건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박성준은 요즘 한층 더 바빠졌다. 안시연은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좀 누그러뜨리고 싶었지만 그가 저녁때조차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았고 저녁 식탁에서 마주치는 일도 드물었다.
그가 원래 하기로 했던 장지현의 강의도 결국 내년으로 미뤄졌다. 그것도 아주 당연하다는 듯 태연하게.
그 말을 들었을 때 안시연은 속으로 비꼬았다.
‘이제야 바빠서 감당 못 하겠다는 걸 안 거야?’
안가인은 한동안 조용히 요양하며 한약을 복용한 덕분에 한결 건강이 좋아졌다. 날씨가 좋을 때면 스스로 휠체어를 밀고 정원에서 몸을 움직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약을 마신 이튿날 아침 그녀는 잠에서 깨자마자 시커먼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그 광경에 소름이 돋은 고지은은 서둘러 수선정으로 달려가려 했으나 박성준이 그 길을 막아섰다.
“무슨 일이야?”
그가 미간을 찌푸렸는데 무모한 행동을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사모님이 피를 토하셨어요, 엄청 많이요!”
박성준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챙긴 후 빠른 걸음으로 홍산원을 향하며 단호한 목소리로 고지은을 나무랐다.
“사모님이 아이를 가진 몸이야. 앞으로 일 처리할 때 그렇게 허둥대지 마. 괜히 사모님까지 놀라게 만들면 어쩔 거야?”
고지은은 그의 뒤를 급히 따라가며 머리를 끄덕였다.
”네, 도련님, 명심하겠습니다. 다음부턴 조심할게요!”
박성준은 은유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유빈은 한약을 복용하면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앞으로 이틀간 설사를 할 수도 있다고 했고 모두 정상적인 반응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
박성준은 직접 안가인의 상태를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안시연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안시연은 생각보다 침착했고 오히려 그가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날 안가인은 단정하게 차려입고 최미숙의 도움을 받아 송도원으로 향했다.
“마침 아이들도 집에 없고 제 몸도 한결 나아졌으니 이제 아저씨를 찾아뵙고 인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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