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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서약피의 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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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장

교차로를 두번이나 돌며 힘겹게 따라붙던 정서우가 의문을 던졌다. “저 사람들이 길을 못 찾아서 그런 건가? 아니면 우리가 농락당한 거야?” 김소연은 앞서가다가 몇 번씩 속도를 줄이며 일부러 그들을 기다리는 듯한 벤틀리를 주시했다. 그러고는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이 차 너무 별로야.” “미안해. 엘이 전직 재벌가 출신 여성이 이런 차를 몰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게 하려고 그랬어.” “...” 그때 정서우가 소리쳤다. “저 사람들 교차로를 빠져나갔어!” 정서우는 속도를 올렸지만 교차로에서 벤틀리는 한 번의 드리프트로 그들을 완전히 따돌렸다. “젠장, 어디로 간 거야?” 정서우는 핸들을 두드리며 도로 표지판을 바라보았다. “근데 지성 그룹으로 간 건 확실히 아니야. 반대 방향이거든.” 김소연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 “다 네 잘못이야. 차도 잘못 골랐고 운전 실력도 엉망이잖아.” ‘뭐?’ 정서우의 머릿속에는 온갖 혼란들이 휘몰아치며 ‘욕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하는 생각만 맴돌았다. 그날의 추적은 실패로 끝났다. 밤늦게 별장에 도착했을 때, 김소연이 더욱 화가 났던 건 남자가 이미 그녀보다 먼저 돌아와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는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은빛 가면 아래 느긋한 그의 표정을 보자 김소연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오후에 일부러 그런 건가? 혹시 내가 따라간 걸 눈치챘나?’ 그녀는 입술을 삐죽이며 식탁에 앉아 저녁 식사를 기다렸다. 그러자 남자는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오늘 어디 갔다 왔어?” “...” 김소연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갑자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엘, 이 대표님이 자꾸 저한테 집착하네요. 어떻게 해야 하죠?” “어떻게 집착한다는 거야?” 남자가 신문을 접으며 심드렁하게 묻자 김소연은 일부러 고민하는 척했다. “엘은 이 대표님이 저를 별로라 생각한다 했지만 제 생각엔 대표님은 저한테 푹 빠진 것 같아요! 그날도 저를 유혹하려고 하더니 결혼 중에 저와 바람피우자고 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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