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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서약피의 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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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장

“무슨 음모?” 정서우가 정신을 차리며 묻자 김소연은 이를 악물었다. “엘과 이 대표님에 관한 음모야!” “둘이 왜? 설마 너... 밤중에 전화 걸어서 말하는 게 너를 둘러싼 두 명의 절세 미남이 사실은 서로 눈 맞은 거라는 거야? 그리고 너는 이 드라마에서 쓸모없는 여주인공이고?” “... 정서우, 네 머리는 정말 돌덩이지?” “알겠어. 말해봐.” “혹시 엘과 이강우, 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 적 있어?” “헐...” 정서우는 멈칫했다. “미쳤어? 엘과 이강우를 같은 사람이라고 추측하는 건 좀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김소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머릿속에서 폭풍 같은 생각을 정리했다. “오늘 밤 알아낸 게 있어. 엘과 이 대표님이 똑같은 담배를 피운다는 거야! 그 담배는 시중에서 파는 게 아니야. 어떻게 이런 우연의 일치가 있을 수 있어?” “그뿐만이 아니야. 오늘 이 대표님이 내 누명을 벗겨줬는데 이 대표님이 사용한 원고는 내가 엘에게 조언을 구했던 원고였어. 난 그 원고를 이 대표님에게 준 적이 없거든. 그래서 엘에게 이 대표님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답을 교묘히 회피했어! 그리고 오늘 오후 이 대표님도 똑같은 방식으로 나를 피해 갔어.” 김소연은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 “제일 중요한 건 내가 기억난 몇 가지 세부사항이야. 이 대표님이 ‘촌스럽고 진부한 산수화는 싫다고 했는데 그 표현은 내가 엘한테 이 대표님을 두고 했던 말 그대로야. 만약 엘이 진짜 이 대표님이라면 난 끝장이야. 왜냐면 내가 직접 앞에서 이 대표님의... 음, 10cm나 줄어들라고 저주했었거든!” “...” 정서우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렇게 독하게까지 말했어? 근데 이론상 그 사람 네 남편 아니야?” 김소연은 고개를 휘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 대표님한테는 집에 남편 보러 간다고 거짓말했는데 엘은 술집에서 바로 왜 집에 안 갔냐고 물었어. 말이 돼?” 김소연은 점점 더 흥분하며 말했다. “생각해봐. 엘과 이 대표님 둘 다 키가 188cm고 둘한테서 나는 향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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