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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사라졌어요!” 갑작스러운 직원의 목소리에 주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주얼리 가게의 지배인도 직원의 목소리를 듣고 뛰어나왔다. “뭐요? 진열대에 목걸이를 전시했는데 잃어버리다니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어떤 목걸이를 잃어버렸다는 거예요?” 직원은 재빨리 이지아를 가리켰다. “그러니까... 이 분이 아까 착용해 보겠다고 했던 목걸이가...” “연주 씨, 대체 아이를 어떻게 교육하는 거예요? 목걸이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그렇지 훔치면 안 되죠!” 서주현은 가장 먼저 입을 열어 이지아가 목걸이를 훔친 것이라 단언했다. 그에 주위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지아에게 집중되었다. 비록 이지아가 훔쳤다는 증거는 없지만 혐의가 가장 컸다. 이지아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마음에 들어 했고 오연주는 사주려는 생각이 없어 보였으니 이지아는 유력한 용의자였다. “어린 나이에 못 된 것만 배워서, 연주 씨는 딸 교육을 제대로 안 하는 거예요? 하긴, 소년원까지 다녀왔으니 도둑질도 익숙하겠죠.” 서주현은 다시 의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지아가 소년원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서주현이 폭로하자 주위에 있던 직원들과 지배인의 안색이 돌변했다. 마침 장세호도 호기심에 그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장세호가 이쪽에서 벌어진 소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발견한 오연주는 당황했다. “이지아! 얼른 목걸이 내놔!” 오연주는 이지아가 도둑질을 한 일로 이씨 가문의 명성에 영향을 주게 될까 봐 화가 나고 조급해져 무의식적으로 이지아의 따귀를 내려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그녀가 이지아의 따귀를 때리려는 순간, 장세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증거도 없이 함부로 사람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면 안 되죠. 가게에 CCTV가 있으니까 먼저 확인해 보세요.” 장세호가 입을 열자 오연주의 안색이 조금 누그러졌지만 이지아를 바라보는 눈빛은 혐오로 가득했다. 오연주는 가능하다면 이지아가 태어난 순간으로 돌아가 그녀를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깊게 심호흡한 오연주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빨리 잘못했다고 사과해!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 것도 네 잘못을 덜 수 있는 방법이야. CCTV를 확인하고 가게에서 널 경찰에 신고하면 난 상관하지 않을 거야!” 오연주는 최대한 일을 냉정하게 처리해 장세호에게 자신은 혈육 간의 정에 판단력이 흐려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난 목걸이를 훔치지 않았어요. CCTV 확인해 봐요.” 이지아는 덤덤하게 오연주를 바라보며 대꾸했고 오연주는 이를 악물었다. “왜 이렇게 철이 없어!” 서주현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졌다. “넌 정말 최악의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고집을 꺾지 않을 모양이네! 지금 가게에 있는 사람들 중에 도둑질을 할 만한 사람은 너밖에 없어. 목걸이가 사라졌는데 네가 훔친 게 아니면 누구겠어?” 서주현은 오늘 오연주와 함께 쇼핑을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절도 사건으로 인해 장세호가 이씨 가문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될 것이 분명했다. 서주현은 이전에 이유영이 학교에서 항상 자신의 딸을 압도하던 것만 생각하면 고소했다. 아마 앞으로는 그런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기필코 망신을 당하겠다는 거야?” 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 CCTV를 가장 확인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오연주였다. 오연주는 교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지아가 목걸이를 훔친 것이라 이미 확신했다. 만약 지금이라도 이지아가 목걸이를 반납하면 창피를 당하는 것으로 끝나겠지만 CCTV를 확인하게 되면 일이 번거로워진다. 게다가 곧 개학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오연주는 이번 일로 학교에서 이유영의 명성에 영향이 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사모님 모임에서 자신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오연주는 이지아가 제대로 된 학교에 다니게 해야 했다. 이틀 후에 돈을 들여 이지아를 작은 학교에 보낼 계획이었던 오연주는 지금 이 순간 모든 게 끝났다고 여겨졌다. 그 어떤 학교에서도 소년원에서 나와 또다시 도둑질을 한 문제아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오연주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들어 이지아의 뺨을 내려치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주현이 능청스럽게 오연주의 행동을 막았다. “연주 씨, 너무 화내지 마요. 애들은 가르침이 필요해요. 지아라고 날 때부터 교양이 없었던 건 아니잖아요. 평소에 놀음을 하고 미용원에 다닐 시간에 지아에게 인간 됨됨이를 가르쳤다면 지아도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거예요.” 오연주는 서주현의 팔을 힘껏 뿌리쳤다. “내가 딸을 어떻게 교육하든, 주현 씨가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 말을 마친 오연주는 표독스럽게 이지아를 향해 경고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면 나도 네 잘못을 더는 캐묻지 않을게. 그렇지만 네가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나도 널 감싸줄 수 없어. 우리 이씨 가문에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딸은 필요 없어!” 오연주의 말에 이지아의 표정도 서늘해졌다. “말 못 알아들어요? 내가 훔친 거 아니라고 했잖아요.” 오연주는 분노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직도 인정 안 하겠다는 거지? 좋아! 그럼 CCTV를 확인해 보자! 제대로 확인해!” 바로 이때, CCTV를 확인하러 갔던 직원이 다급히 뛰어왔다. “지배인님, CCTV가 고장 나서 오늘 오전에 찍혔던 영상들이 사라졌어요.” “뭐요? 기술팀에 연락했어요?” “지금 수리하고 있는 중인데 하드디스크 고장이라 수리를 해도 영상은 되찾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어요.” 지배인의 물음에 직원이 대답하자 서주현은 입을 가리고 슬며시 미소 지었다. “이러면 증거가 사라졌잖아요? 하하, 누구는 좋겠네요.” “증거가 없다고 누가 그래요?” 이지아는 싸늘한 눈빛으로 서주현을 쳐다보았다. 곧이어 그녀는 느릿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꺼냈다. 이 핸드폰은 환생 전의 이지아가 소년원에 들어가기 전 사용하던 것으로 핸드폰 기종이 오래되어 이젠 사용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지아와 같은 뛰어난 실력의 해커에게 있어 핸드폰이 고장 나지만 않으면 원하는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핸드폰은 왜 꺼내는 거야? 더 망신당하고 싶어서 그래?” 이지아는 오연주의 질타를 무시하며 통통한 손가락을 움직여 핸드폰 키패드를 누르는데 집중했다. 2분 후 이지아는 고개를 들며 핸드폰을 가게 지배인에게 건넸다. “이게 뭐예요?” 곤혹스러운 얼굴로 핸드폰을 받은 가게 지배인는 핸드폰 액정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가게 CCTV 영상이잖아요?” 가게 지배인의 말에 다들 모여들어 핸드폰 속 영상을 보려 했다. 서주현은 멍한 얼굴로 사람들을 지켜봤다. 순간 서주현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이지아가 핸드폰 액정을 몇 번 클릭했다고 해서 가게의 CCTV 영상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 믿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던 서주현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영상을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CCTV 영상은 이지아와 오연주가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찍혀 있었다. 가게 지배인는 숨을 죽이고 CCTV 영상에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지아를 접대한 직원이 사라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두 진열대 사이에 놓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이때, 서주현이 나타났고 다른 직원이 그녀를 접대하기 위해 급히 움직이다 실수로 진열대를 건드렸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두 진열대 사이의 틈으로 떨어져 안에 끼었다. 이 장면을 본 서주현은 누군가가 힘껏 내려친 따귀에 맞은 것처럼 낯이 뜨거웠다. 마찬가지로 영상을 확인한 오연주는 순식간에 몸을 굳혔다. 오연주는 이지아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것으로 모자라 장세호의 앞에서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다. 오연주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장세호가 이유영에게까지 화를 내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얼른 진열대를 옮겨요!” CCTV 영상을 전부 확인한 가게 지배인는 황급히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곧이어 진열대를 옮기자 틈 사이에 끼어있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보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조심하지 않아서...” 직원은 다급히 사과했다. “다음부터 조심하세요!” 직원에게 냉랭한 목소리로 경고한 가게 지배인은 방금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이지아가 훔친 것이라 단정 짓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남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씨 가문에서 고객을 모함했다는 죄명으로 가게를 고소할 수도 있다. 이지아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다 오히려 된통 당한 서주현은 망설이다 내키지 않는 말투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지아한테 어떻게 가게 CCTV 영상이 있는 거예요? 가짜 아니에요?” “가게 CCTV 영상 맞아요. 카메라 각도가 똑같은데요? 그리고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영상을 조작해요?” 오연주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이지아가 무슨 방법으로 가게 CCTV를 얻은 것인지 모르지만 오연주는 장세호의 마음속에 있는 자신의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장세호는 갑자기 이지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린 나이에 대단하네!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가게 CCTV 영상을 손에 넣은 거야? 전문적으로 해커 기술을 배웠어?” 장세호는 질문을 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말투에는 이지아에 대한 찬사로 가득했다. 현재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이지아의 해커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아는 사람은 장세호밖에 없었다. 이지아가 방금 핸드폰을 조작한 것은 CCTV 영상을 확보했다는 간단한 일에 그치지 않았다. 분명 직원은 CCTV 영상이 사라졌다고 했으니 이지아가 CCTV 영상을 얻으려면 우선 영상을 복구해야 한다. 단 몇 분 만에 가게의 CCTV 시스템을 해킹하고 빈틈을 복구한 것은 물론 영상을 복원해 핸드폰으로 옮겨왔다. 장세호는 화현에서 이 정도 실력을 가진 해커는 열 손가락을 넘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다. 이지아는 담담한 시선으로 장세호를 바라보았다. “저한테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말을 마친 이지아는 고개를 돌려 서주현을 바라보며 덤덤한 목소리에 위압감을 담아 입을 열었다. “저한테 사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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