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7장

이기현은 일부러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큰소리로 말했다. 평소 오연주를 싫어하던 친척들은 재밌는 구경에 얼른 모여들었다. 특히 조규리는 오연주의 낭패한 모습을 보려고 신이 났다. “그건 네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퍽!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지아는 주머니에서 장세호 교장이 직접 준 입학통지서를 꺼내 상에 내리쳤다. “이게 뭐야?” 주위에 모여든 친척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입학통지서?” 이기현은 책상에 내팽개쳐진 종이가 강현 고등학교의 입학통지서임을 바로 알아봤다. 오연주와 이유영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지아를 쳐다봤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이지아가 어떻게 강현 고등학교의 입학통지서를 갖고 있는 거야?’ “말도 안 돼! 네가 어떻게 강현 고등학교의 입학통지서를 갖고 있어? 가짜야! 이건 가짜야!” 이기현이 소리 높여 말했다. 비록 눈앞의 입학통지서가 가짜인 증거가 없었지만 진짜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입학통지서가 무조건 가짜일 거라며 강조했다. 이에 다른 사람들도 그의 말에 부응하며 입학통지서가 가짜라 생각했다. 이지아가 체면을 위해 가짜 입학통지서를 만들어 모두에게 보여준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하하, 진짜 어리석은 아이야!” 이기현은 입학통지서를 다른 사람한테 넘겼다. “보통 고등학교 입학통지서라면 믿을 수도 있겠지만 네가 강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는 걸 누가 믿겠어?” 이기현의 말에 주위 친척들이 이지아를 비웃기 시작했다. 오연주는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당장 숨고 싶었다. 하지만 이유영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원래 이지아가 조금이나마 바뀌었으면 기회를 잡아 욕보이게 하고 교훈을 주고 싶었지만 지금 보니 그럴 필요가 없을 듯했다. 소년원을 다녀온 이지아는 여전히 예전과 다를 것 없이 멍청했다. “삼촌, 이 입학통지서 봐보세요. 가짜 맞죠?” 이기현은 일부러 입학통지서를 도민준한테 보여줬다. 강현 고등학교 선생님인 도민준은 당연히 진위를 분별할 수 있었다. “아니구 말구, 당연히 가짜지!” 이지아를 얕잡아본 도민준은 입학통지서를 보지도 않고 가짜라 단정지었다. 그는 자기를 치켜세우려 이지아의 입학통지서를 들고 가짜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 “이 인장 좀 보세요, 여러분...” 가짜 문서를 가장 빨리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도장이다. 하지만 도민준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입학통지서의 도장은 진짜였다. 게다가 옆에 장세호 교장의 개인 도장도 찍혀있었다. 그 도장이 무얼 의미하는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도민준은 잘 알고 있었다. 보통 입학통지서엔 학교의 도장만 찍혀있지만 교장의 인장도 박혀있다면 본 학생은 학교의 중점 양성 대상이란 걸 뜻한다. 자동적으로 두 도장을 받은 학생은 특별반에 배정받게 된다. 강현시에서 성적이 10등 안에 들고 강현 고등학교를 선택한 학생이라면 모두 장세호 개인 도장도 받게 된다. “이 입학통지서 가짜 맞죠?” 이기현은 도민준의 표정 변화를 알아챘지만 행여나 계속 캐물었다. “도장이 진짜야...” 도민준이 힘없이 말했다. 이에 이기현은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다른 친척들도 두 눈이 커다랗게 된 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지?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소년원에 들어간 아이가 어떻게 강현 고등학교의 입학통지서를 받은 거지?’ “삼촌, 잘못 본 거 아니예요?” 이기현은 마지막 희망을 품고 물었다. 도민준의 말에 그의 처지가 난감하게 되었다. 방금 그가 가장 먼저 입학통지서가 가짜라고 큰소리쳤기 때문이다. 입학통지서가 진짜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지 당황하기만 했다.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이 입학통지서는 분명히 진짜야.” 도민준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방금 이지아를 비판하며 이지아가 아무것도 못한다고 조소했으니 말이다. “언니, 다른 사람 입학통지서를 훔쳐서 자기 이름으로 고친 거 아니야?” 갑자기 이유영이 언니를 걱정하는 척하며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유영은 걱정하는 티를 내며 아랫입술을 문 채 이지아 앞으로 다가와 조곤조곤 말했다. “언니, 그건 법에 위반되는 행위야! 자칫하면 다시 소년원으로 돌아갈 수도 있어! 무조건 강현 고등학교에 입학하라는 법은 없잖아! 나랑 엄마는 언니가 개과천선할 거라 믿었는데 어떻게 이런 거짓말을 칠 수가 있어? 정신 차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까 얼른 모두한테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이유영의 말에 모두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입학통지서를 위조한 게 아니라 훔친 거라면 말이 되는 상황이다. 강현 고등학교의 입학통지서는 특별한 종이로 만들어져 위조할래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특수한 도구로 위에 적힌 이름만 지우면 충분히 가짜를 진짜로 만들 수 있었다. 이에 이기현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 “다른 사람 입학통지서였어? 진짜 염치가 없네. 버릇은 남 못 준다고 아직도 도벽을 고치지 못한 거야? 그럴 거면 평생 소년원에 있지 그래?” 여러 친척들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다고 했거늘, 나중에는 은행도 털겠어!” “저런 것도 딸이라고 보호해주고 있으니, 참...” “진짜 내가 다 쪽팔려!” ... “지아야, 이 입학통지서 훔친 거야?” 오연주가 이지아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비록 물음이었지만 어쩐지 긍정이 담겨있는 톤이었다. “훔친 거 아니예요. 성명란에 고친 흔적도 없잖아요, 잘 봐요.” 오연주는 이기현한테서 입학통지서를 뺏아 자세히 들여다봤다. 성명란에 확실히 고친 흔적이 없었다. “숙모, 지아 말에 속지 마요.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그리고 인터넷에 흔적없이 고치는 연료도 팔잖아요.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이상한 아이들과 어울리며 배운 나쁜 버릇이잖아요! 이런 걸로 우릴 속일 수는 없어요! 설마 지아가 강현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예요? 그러면 삼촌 선물까지 챙기며 아부까지 떤 이유는 뭐예요?” 이기현의 말은 그럴싸했다. 오연주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이지아의 뺨을 때리려 했다.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연회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 사람을 본 순간, 오연주의 손이 공중에서 굳어버렸다. “여기가 이씨 가문이 생신을 벌인다는 곳입니까?” 한 중년 남성이 들어오며 물었다. “장 교장님,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