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장
저녁 먹을 시간이 되자, 유아의 아빠도 돌아왔다. 거실에 앉아 있는 많은 사람을 보고 소정안은 왠지 모를 화목한 분위기를 느꼈다.
“정안아, 여길 네 집이라고 생각하면 돼.”
소정안과 인사를 한 후, 유아의 아빠는 또 남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유아의 친구들이지? 평소에 우리 유아 챙겨줘서 다들 고마워.”
“아빠, 정안이가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아요? 수학 올림피아드 일 등 했어요. 그리고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도 일 등 했고요. 제 우상이에요.”
“그럼 정안이랑 많이 따라 배워.”
유아는 쑥스러워하면서 혀를 내뱉었다.
“당연하죠. 제 우상이잖아요.”
한 가족이 웃으면서 대화 나누는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해 보였다. 소정안은 시선을 내리고 조용히 자기의 감정을 감추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소정안과 남훈은 유아의 집에서 나왔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소정안은 의자에 기대고 잠시 쉬려고 했는데, 눈만 감으면 몇 년 전에 있었던 화면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그건 소정안이 자기 부모와 함께 있었던 장면이었다. 오래된 기억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선명했다.
소정안은 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눈물 한 방울 흘렸다.
“내일 주말인데, 뭐 할 거야?”
남훈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소정안은 자기만의 기억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덤덤하게 대답했다.
“숙제하려고요.”
남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 물었다.
“새로 개업한 온천장이 있는데, 같이 갈래?”
소정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온천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럼 영화나 같이 볼까? 요즘 괜찮다는 코미디 영화가 있더라고.”
남훈의 열정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전에 소정안이 알던 남훈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남훈 씨…….”
소정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훈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오해하지 마. 주말에 심심할까 봐, 그러는 거야. 그리고 할아버지의 뜻이기도 하고. 우리 형제더러 널 많이 챙겨주라고 하셨어.”
“됐어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소정안은 아주 직접적으로 거절했다. 남훈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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