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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하지만 그녀의 괘씸한 말에도 남시운은 대답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내 그녀의 머리 위에서 자성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앉아. 약 바르자.” 그러자 소정안은 괜히 억지를 부렸다. “싫어요.” 남시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그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남시운의 뜨거운 눈빛에 소정안도 절대 질 수 없다는 듯 남시운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놀라운 건, 결국 남시운이 먼저 그녀에게 다가왔다. “뭐죠?” 소정안은 깜짝 놀란 마음에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소정안을 빤히 쳐다보던 남시운은 마치 자석에라도 이끌린 듯 저도 몰래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정신을 차린 후 남시운은 즉시 거리를 넓히고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너 진짜 머리가 둔하구나? 약 안 바르면 상처 덧난다잖아.” 남시운의 말은 아주 강압적이지만 일리가 있었다. 그제야 소정안은 순순히 팔을 내밀었다. 남시운은 가위로 상처 부위의 옷을 잘랐는데 눈에 보이는 하얀 피부는 괜히 그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런데 이 피부색, 그녀의 얼굴색과 완전히 달랐다. 남시운은 가볍게 웃을 뿐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 약을 발라주었다. 그는 문뜩 지난번 침실에서 보았던 소정안이 떠올라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보아하니 큰 비밀이 숨겨진 모양이다. 소정안은 머리를 옆으로 돌린 채 이를 악물고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녀의 찌푸려진 미간에 남시운은 더 조심스럽게 약을 발랐다. “됐어. 이젠 푹 쉬기만 하면 돼. 그리고 요즘 외출은 자제해.” 뜬금없는 말에 소정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기정이 팬 미팅 너 때문에 중단되었으니 그 팬들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아니, 내가 그 사람들의 최애를 구해줬는데 오히려 날 원망한다고요?” 소정안은 소위 광팬이라 불리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당분간은 병원에 있어.” 남시운은 더는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 주현이한테 연락해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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