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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유아린은 당연히 유해산의 뜻을 알아들었다. 유해산은 그녀가 허성진과 교제하길 바랐고 심지어 그녀의 어머니도 같은 생각이었다. 물론 그녀도 인정한다. 허성진, 허씨 가문의 도련님으로 외모도 출중하고 성격도 고상하여 많은 여자의 이상형으로 꼽힌다. 하지만 왜일까, 그녀는 허성진에게 전혀 설렘을 느끼지 못했다. 독고구침의 치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운철은 서서히 의식을 찾기 시작했고 유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감격했다. 그날 오후 유운철은 호텔에서 독고구침과 허성진을 위해 술상을 마련했으며 독고구침에게 치료비로 특별히 큰 돈봉투를 건넸다. “아린 씨, 나가서 좀 걷을까?” 식사를 마친 후, 허성진은 유아린에게 산책하러 가자고 건의했다. “아린아, 뭐 하고 있어. 빨리 그러겠다고 해.” 이때 유아린의 어머니인 나지혜가 다급히 그녀를 떠밀었다. 결국 유아린은 등에 떠밀려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허성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유운철도 결코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산책하러 나가려는데, 갑자기 병원에서 유운철이 피를 토했다며 급히 연락이 왔다. 그들은 다급히 병원으로 돌아갔고 유운철은 이미 혼수상태에 빠졌는데 입가와 이불은 피로 흥건히 젖어있었다. 유씨 가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독고 신의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유해산이 다급히 물었다. “급해할 것 없네! 내가 있는데 뭐가 두려워서!” 독고구침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다시 유운철의 맥을 짚는 순간, 그의 안색은 크게 변했다. 유운철의 병세는 이미 그의 통제를 벗어난 뒤였다. “아니 어찌 이런 일이? 이럴 리가 없는데!” 독고구침은 재차 맥을 짚으며 확인했지만 결국 고개를 가로저었다. “독고 신의님, 왜 고개를 가로저으시는 거죠?” 유해산은 갑자기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잔뜩 긴장해서 물었다. “독이 심장을 공격해 더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네. 그만 포기하게나.” “뭐라고요?! 아까만 해도 살릴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씀하셨잖습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안 된다는 겁니까?” 유해산은 격분해서 물었다. 그러자 독고구침은 미간을 찌푸린 채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 “아까는 분명 살리지 않았는가? 두 시간을 더 살게 한 것도 고마운 줄 알아야지!” “아니...” 유해산은 저도 몰래 주먹을 번쩍 들더니 당장이라도 독고구침을 한바탕 패고 싶었다. “아빠, 아까 지천무 씨가 줬던 단약이 어쩌면 효과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녀는 다급히 쓰레기통으로 달려갔지만 쓰레기통은 이미 비여진 뒤였다. “큰일이에요! 쓰레기통이 비였으니 빨리 찾으러 나가요!” 유아린은 다급히 밖으로 달려 나가려고 했다. “아린 씨, 찾을 필요 없어. 독고 신의도 치료할 수 없는 병에 사기꾼의 약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 허성진이 그녀를 말렸다. “아니, 지천무 씨는 내 심장병도 치료해 줬어. 그러니 어쩌면 효과가 있을지도 몰라. 빨리 같이 찾아줘.” “혹시 모르니까 일단 찾아보자고.” 유해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그는 이미 희망을 버린 상태다. 그들은 청소부에게 물은 후 밖에 있는 대형 쓰레기장으로 달려가 약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심히 찾는 사람은 오직 유아린 뿐이고 유해림과 그의 아들 유문성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찾는 척만 했고 유해산도 대충 찾아볼 뿐이다. 허성진도 쓰레기를 뒤지고 있었지만 몇 번이고 구역질이 나올 뻔했다. 유아린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수십억을 준다고 해도 절대 이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찾았어요!” 유아린은 손에 약병을 들고 다급히 병실로 달려 들어갔다. “아린 씨, 일단 독고 신의님에게 한 번 보여드려. 그러다 독이라도 들어있으면 어쩌려고.” 허성진이 말렸다. “늦었어.” 유운철은 이미 자발적인 호흡을 멈춘 채 오로지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여 유아린은 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약을 유운철의 입에 밀어 넣었다. 사실 그녀도 큰 희망을 걸지 않았다. 단지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유운철의 상황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내가 말했잖아. 사기꾼 말은 믿는 게 아니야. 효과도 없고 몸에 썩은 냄새만 뱄네.” 그런데 이때, 유운철은 다시 호흡을 되찾더니 신체 각종 수치가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오며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유아린은 유운철의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독고구침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번쩍 떴다. 유해산도 깜짝 놀랐다. “아니, 그놈의 약이 정말 쓸모가 있었네. 어쩌면 정말 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아린아, 너 빨리 그놈 찾아와!” “어디 있는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유아린은 조급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사흘은 버틸 수 있다고 했지? 당장 사람을 풀어 전 강주시를 뒤져서라도 찾아올 거야.” 유해산은 바로 사람을 시켜 감시카메라부터 확인하도록 했다. ... 지존 그룹 회장 사무실. 지천무는 편안하게 소파에 누워있었고 옆에는 완벽한 몸매에 아름다운 미모를 겸비한 여자가 그의 입에 포도를 넣어주고 있었다. 이 여자의 이름은 강유영, 오세준이 그를 위해 배치한 비서이다. 지천무는 회사 일에 거의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강유영은 평소 그에게 물이나 따라주고 어깨나 주물러주면 되는데 지천무는 이런 일상을 아주 즐겼다. 바로 이때, 오세준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회장님, 회장님의 예상대로 유씨 가문에서 지금 회장님의 행적을 찾고 있습니다.” 지천무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건 그의 예상에 있었던 일이다. 사실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유아린을 생각하니 결국 마음이 바뀌었다. 하지만 유씨 가문 사람들에게 그런 하대를 받았으니 당연히 사흘 정도는 애간장을 타게 할 것이다. 3일의 기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여전히 지천무의 행방을 찾지 못한 유씨 가문 사람들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유해산은 지천무를 내쫓았던 자기의 우매한 행동을 몹시 후회했다. 만약 유운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는 평생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유아린도 다급한 마음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러던 그때, 한 간호사가 다가와 말했다. “유아린 씨? 누군가 이 쪽지를 전해주라고 했어요.” 다급히 쪽지를 열어보자 위에는 316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아빠, 저 나갔다 올게요.” 말을 끝낸 그녀는 다급히 밖으로 달려 나갔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 316은 지천무와 하룻밤을 보냈던 호텔 방 번호이다. 그녀는 제일 빠른 속도로 316방에 도착해 벨을 눌렀고 지천무가 문을 열었다. “지천무 씨, 3일이 다 됐으니 제발 우리 할아버지 살려줘.” 유아린은 지천무의 손을 잡고 애원했다. 지천무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더니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기회를 줬는데 잡지 않은 건 당신 집안 사람들이야. 날 탓하면 안 되지.” 유아린은 가방을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바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유아린 씨, 지금 뭐 하는 거지?” “여기로 부른 건 그런 뜻 아니야? 날 줄 테니까 우리 할아버지 살려줘. 하라는 대로 다 할게.” 비참한 현실에 유아린은 눈물을 흘리며 옷을 벗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됐어. 그만해.” 지천무는 그녀를 제지하며 빙그레 웃었다. “이제 한 시간 남았어. 그러니 일단 킵해두지.” 유아린은 다급히 옷을 입고 제일 빠른 속도로 지천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젊은 친구 왔는가?” 다시 지천무를 마주한 유해산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천무는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오긴 왔는데 무섭네요.” “뭐가 무섭다는 거지?” 유해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또 쫓아낼까 봐 무섭다고요.” 지천무는 일부러 빈정거렸다. 그러자 유해산은 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하네. 내가 실수했어. 사과할게.” 허성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지천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야, 눈치껏 행동해. 할아버지 병만 치료할 수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줄 거야.” “멍청한 놈.” 지천무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고?” 허성진은 버럭 화를 내며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다시 말해 봐!” “성진 씨, 그만 방해할래? 내가 부탁할게.” 유아린은 조급하기도 화가 나기도 했다. 허성진이 독고구침을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다시 지천무를 찾아다닐 일은 없었을 것이다. ‘방해’라는 단어에 허성진도 화가 났다. 그리고 이 사단이 일어난 건 지천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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