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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장

그 말에 심장이 철렁해 다급히 정자로 달려갔지만 벌써 그곳엔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로비 역시 쥐 죽은듯 고요했고 있어야 할 접대인이나 웨이터마저 자취를 감춘 뒤었다. 이때, 흑호가 다가오더니 실실 웃으며 말했다. “지존 님, 부인 보시려거든 따라오시죠.” 흑호가 그런 지천무를 데려온 곳은 한 지하 궁전, 거기엔 벌써 수백명이 되는 건장한 남정네들이 저마다 표독스러운 기세를 내뿜으며 서있었고 정중앙 의자엔 실수로 약을 먹은듯 정신이 혼미한 유아린이 묶여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서 은은하게 미소 지어보이고 있는 또다른 여자는 다름 아닌 임영. 지천무가 달려들려하자 임영이 단번에 유아린의 목을 잡으며 협박을 했다. “거기 서시죠! 한 발자국만 더 왔다간 이 여자 죽일테니까!” “흑호, 담도 크네. 감히 날 배신하려 들다니.” 방심한 찰나 흑호가 자신의 뒷통수를 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지천무다. “내 아들 그 지경 만들어 놓고 유아린 저 년이 내 손목까지 자르게 만들었는데 이 정도야 새발의 피 아니겠습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당장 내 부인 풀어줘! 그럼 조용히 놔줄테니까.”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하려는 지천무와 달리 흑호는 아니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천만에요.” 이내 흑호는 임영 앞으로 달려가더니 말했다. “아가씨, 얼른 끝내시죠.” 그러자 임영이 손을 들어올리고는 지천무에게 말했다. “제 소개부터 할게요. 전 칠성문 큰 아가씨 임영이에요.” “뭐라! 그쪽이 그럼 여왕벌!” 다른건 몰라도 수련 면에선 임영 역시 지천무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천재였다. 칠성문 큰 아가씨로써 수련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어 젊은 세대 중에선 제일 실력자로 손 꼽히기도 했고 예쁘장한 얼굴과는 달리 수법이 독하고 잔인해 여왕벌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었다. 임영이 씨익 웃어보였다. “대단하신 지존 님이 절 알아봐 주시다니, 영광이 따로 없습니다.” “여왕벌, 조건부터 말해보지. 대체 어떻게 하면 그 여자 풀어줄건데?” “이래서 제가 똑똑한 사람들을 좋아하는거예요. 옥패 내놓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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