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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그러자 유아린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떨구며 애원했다. “할아버지, 그렇게 내쫓지만 말아주세요.” 차갑다 못해 매정하기까지 한 식구들이지만 어떻게 할아버지와 부모님으로부터 등을 돌릴수 있을까. 나지혜와 유해산도 덩달아 다가와 유운철을 말렸다. “그러니까요 아버님, 아린이 지금은 정신이 회까닥한거니까 저희 조금만 더 시간을 줘요.” 유일한 핏줄이자 회사 대표인 딸이 이렇게 가문에서 쫓겨나면 공든 탑이 그대로 무너질텐데. “싹싹 빌어도 소용없어! 선택은 유아린 쟤가 한거니까! 그렇게 딸이 걱정되면 너희들고 같이 나가!” 유씨 가문 안주인인 유운철은 절대 봐줄 생각이 없는지 견결한 태도로 일관했다. “당신한텐 과분한 가문이야, 더이상 미련 갖지 말고 날아 가자. 어차피 얼마 되지도 않아 후회하면서 다시 붙잡으러 올거니까.” 지천무의 말에 나지혜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 입 못 다물어! 아린이 이런 애 아니었는데 너 만난 뒤로 이상해지잖아!” 양민영이 한 마디 거들었다. “허풍 하난 잘 떨어요. 우리가 뭐? 후회하면서 붙잡는다고? 천만에, 곧 후회할건 유아린 쟤지. 가문에서 쫓겨난 애가 뭐가 되겠다고.” 유문성도 이때다 싶어 맞장구를 친다. “맞아, 여길 떠나면 더는 재벌집 귀한 딸내미도 아니고 대표는 더더욱 아닐테지. 오갈데 없는 평범한 여자일 뿐이라고.” 지천무가 유아린을 일으켜 세워주며 천천히 눈물을 닦아줬다. “울지 마. 내 말 믿어, 3일도 안 돼서 다시 당신한테 찾아와 빌거니까.”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줄 아나본데 둘만 없으면 우리 유씨 가문은 별 탈 없이 잘 지낼거야.” 유문성이 콧방귀를 뀌자 양민영도 거들었다. “그래, 당장 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까.” 유해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눈가엔 그 어느때보다 선명한 흥분이 서려있었다. 유아린만 없으면 이 집안 꿀꺽할게 다름 아닌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지천무는 더는 대꾸하기도 귀찮았는지 우는 유아린을 끌고 밖으로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아린이 걸음을 턱 멈추며 말했다. “우리 이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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