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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몸을 휙 돌리니 웬 등이 휜 노인 하나가 3미터 정도 되는 곳에 우두커니 서있는게 보였다. 순간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쭉 흘러내렸다. 인기척 하나 없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까지 왔다는건 경공이 뛰어난데다 실력도 만만치 않다는건데. 상대가 말없이 뒤를 노렸었다면 방금 전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듬성듬성 남아있는 몇가닥의 백발과 얼굴에 잔뜩 낀 주름, 그리고 심오하다 못해 시꺼먼 두 눈은 금방 무덤에서 살아 돌아온 시체를 방불케 했다. 금세 평정심을 되찾은 지천무가 물었다. “전당포 사장이십니까?” “그렇네만, 뭘 맡기러 온거요?” 노인이 되묻자 지천무가 종이 한 장을 펼쳐보이며 말했다. “아니요, 전 여기 그려진 옥패를 사러 온 겁니다.” “여긴 그쪽이 원하는 옥패라는건 없소만.” “여기 옥패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찾아온건데 장사하는 분이 뭘 그렇게 꽁꽁 숨기십니까.” “그래요, 그럼 내 솔직히 말해주지. 그 옥패가 있긴 합니다만 앞서 맡겨놓은 옥패의 주인이 며칠 뒤 다시 찾으러 올테니 그쪽한텐 팔지 못하네.” 노인이 완곡히 거절하며 말했다. “맡긴 사람이 누굽니까? 아니면 대신 연락이라도 해주시죠, 제가 큰 돈 내고 사겠다고 말입니다.” 노인이 허허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안하오, 고객들 정보는 기밀이라.”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잔뜩 실망했지만 어쩔수 없이 걸음을 돌리는 지천무다. 손을 써 뺏어올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도무지 속을 알수 없는 노인인데다 또다른 누군가가 숨어있을지도 모르니 섣불리 움직였다간 큰 코 다치는 수가 있었다. 그래도 옥패가 이미 나타났으니 어떻게든 손에 넣긴 해야겠지. “저 선생님 잠깐만.” 그렇게 막 걸음을 옮기려는 지천무를 노인이 갑자기 불러세웠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뒤돌아보자 노인이 물었다. “고객에게 듣기론 옥패가 하나가 아닌 한 쌍이라던데 우리 선생님은 나머지 하나를 봤을까?” “아니요.” “솔직하지 못하시네, 본 적이 없다면 그 종이에 그려진 그림은 어디서 났소?” 의심섞인 노인의 질문에 지천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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