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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흐릿한 눈을 비비며 눈을 뜨니 지천무는 푹신하고 큰 침대에 누워있었다. 침대 겁나 푹신하네. 산 위의 그 낡아빠진 대나무 침대보다 훨씬 좋아. 그리고 이 베개도... 문득 지천무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때 귓가에서 여자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천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옆에는 완벽한 라인과 볼륨을 자랑하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자가 그의 누워 있었다. 지천무는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 여자는 뭐지? 지천무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이내 뭔가 떠올랐다. 여긴 강주시다. 몇 년 동안 그는 지존신전을 이끌고 여러 지역에서 전쟁을 벌여 적들을 모두 물리쳤다. 이번에 그가 강주로 돌아온 이유는 당시 그의 사부가 정해준 혼사를 이행하기 위해서이다. 강주시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뒤였고 평소 워낙 밤샘이 잦았던 그는 대충 한 클럽으로 들어섰다가 저도 몰래 술에 취해 근처 호텔에 방을 잡았다. 그리고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한 여자가 문을 두드렸고 그는 아무런 경계심 없이 여자를 들여보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여자는 바로 그에게 덮쳐들어 열정적으로 그에게 안겼고 그러다 두 사람은 결국... 진천무는 자기 머리를 냅다 후려갈겼다. 술을 너무 마셨던 탓인지 그 뒤에 일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이때 여자는 갑자기 몸을 돌렸고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지천무는 저도 몰래 숨이 가빠졌다. 그녀의 얼굴은 정교하고 선명하며 우아한 눈썹은 마치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그리고 아름다운 눈썹은 그녀의 얼굴에 전체적인 우아함을 더했고 오뚝하고 뾰족한 코는 한 점의 조각처럼 완벽했다.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바로 위로 살짝 올라간 그녀의 도톰한 입술인데 입가에는 자신감 넘치고 달콤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지천무는 비록 수많은 미인을 봐왔지만 눈앞의 이 여자처럼 아름답고 짜릿한 미모는 처음이다. 그야말로 경국지색이다. 이대 여자는 기지개를 켰고 완벽한 곡선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지천무는 그녀의 몸에 시선을 고정한 채 저도 몰래 침을 삼켰지만 입안은 자꾸만 바싹 말라왔다. 기지개를 다 켠 여자는 그제야 졸리는 두 눈을 천천히 떴는데 순간 약간 반항적인 외모의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마주치는 순간, 공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리고 이내 여자는 ‘꺅’하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저기, 시끄러워. 누가 보면 내가 그쪽 어떻게 한 줄 알겠네.” 지천무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여자는 벌떡 일어나 앉아 이불로 몸을 가린 채 잔뜩 겁에 질려서 물었다. “당신 누구야? 내가 왜 여깄어?” “그건 내가 물어야 할 말인 것 같은데? 여긴 내 방이야.” 지천무는 침대에 누운 채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눈앞의 여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런데 이 여자, 정말 보면 볼 수록 아름답고 눈이 즐거워진다. 방을 둘러봤더니 확실히 그녀의 방이 아니라는 사실에 여자는 잠시 멍해졌다. 어젯밤 누군가로 인해 약을 먹었는데, 그리고 방을 잘못 찾아온 건가? 여자는 다급히 이불을 젖혔다. 그런데... 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속상하고 서럽고 무력한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한순간에 몰려와 눈앞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눈물이 흘러내렸다. 갑자기 그녀는 지천무를 분노가 가득한 눈길로 노려봤다. “당신 나 어떻게 했어?” 지천무는 입꼬리를 올렸는데 그의 미소는 왠지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말하면 서운하지. 어젯밤 먼저 다가온 건 그쪽이야. 굳이 먼저 하자는데 내가 미안해서 어떻게 거절하겠어. 게다가 우리 사부님이 여자의 의지를 거스르는 건 옳지 않다고 늘 말씀하셨어.” “나쁜 자식! 개자식!” 유아린은 당장이라도 지천무를 통째로 삼켜버릴 것 같은 기세로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손을 휘둘러 지천무의 뺨을 후려쳤다. 그러자 지천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아니, 내 방에 들어와서 날 유혹한 건 그쪽이야. 이건 아니지!” “그 입 다물어!” 유아린은 갑자기 데시벨을 올렸지만 이내 침대에 엎드려 눈물을 터뜨렸다. 사실 그녀도 완전히 지천무를 탓하는 건 아니다. 어제 누군가 그녀의 술에 약을 탔고 약기운에 먼저 찾아온 건 그녀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국 악마의 손에서는 벗어났지만 굶주린 늑대의 먹이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어젯밤의 신중하지 못했던 자기를 더없이 원망하고 미워했다. 유아린은 고개를 들어 지천무를 훑어보았다. 짙은 수염과 헝클어진 머리는 괜히 지저분해 보였고 반항적인 외모였다. 유아린, 유아린! 20년 넘게 간직해 온 순결을 이런 지저분한 남자에게 주었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서러워서 눈물이 도무지 멈추지 않았다. “나 옷 입을 거니까 돌아서!” “볼 건 다 봤는데 굳이 그래야겠어?” 지천무는 어이가 없었지만 당장이라도 그를 삼켜버릴 듯한 그녀의 표정에 하는 수 없이 몸을 돌렸다. 유아린은 다급히 옷을 입었고 그제야 지천무는 다시 몸을 돌려 계속 그녀를 감상했다. 옷을 입은 유아린에게는 더욱 귀티가 흘렀다. 게다가 온몸이 명품으로 뒤덮인 걸 보면 아마도 어느 재벌가 아가씨인 것 같았다. “서러울 것 없어! 원한다면 내가 그쪽 책임질게!” 지천무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쪽이 뭘 책임져? 날 책임질 능력은 있고?” 유아린은 지천무의 싸구려 옷을 힐끔 보더니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눈빛 보아하니 뭔 생각하는지 알겠네. 비록 내 옷은 싸구려지만 나 돈 많아. 그쪽 하나 키울 능력은 충분하다고. 나한테 아이 열 명을 낳아줘도 나 다 먹여 살릴 수 있어.” 지천무는 자신감이 넘쳤다. 천하제일 그룹으로 불리는 지존 그룹의 지존으로 그가 가지고 있는 수백조의 재산은 아이 열 명이 아니라 백 명도 전혀 문제가 없다. “됐어! 난 그쪽처럼 허파에 바람만 찬 남자는 질색이야! 나 유아린 유정 그룹 아가씨야! 날 원하는 남자는 그쪽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수없이 많아! 그러니 그쪽의 책임 따윈 필요 없어!” 말을 끝낸 유아린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가방을 열더니 현금 뭉치를 꺼내 지천무에게 던져주었다. “돈 받고 우린 여기서 끝인 거야. 앞으론 절대 내 눈에 띄지 마!” 지천무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 “이게 지금 무슨 뜻이야?” “내 뜻은 명확해. 이건 어젯밤 그 쪽에게 주는 수고비야!” 말을 끝낸 유아린은 바로 돌아섰다. “잠깐만, 말 똑바로 해!” 태어나서 처음 겪는 모욕이다. 하룻밤을 보내고 돈을 주다니, 대체 그를 뭐로 생각한 거지? 하지만 유아린은 더는 그와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지천무는 다급히 침대에서 펄쩍 뛰어내려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이거 놔!” 유아린은 지천무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지천무의 힘을 감당할 수 없었다. “날 선수로 생각했다면 서비스로 한 번 더 해줄게. 서비스가 끝나면 꼭 좋은 평가 부탁해.” 말을 끝낸 지천무는 순식간에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나쁜 자식! 이거 안 놔? 죽여버릴 거야!” 유아린은 놀라고 화가 나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며 저항했다. 그는 여자의 의지를 거스르지 않는다. 하여 지천무는 그녀를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고 단지 유아린에게서 모욕을 당했으니 겁을 주고 싶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유아린은 이내 반항을 멈춘 채 두 눈을 감고 눈물을 흘렸다. “이봐, 왜 반항 안 해?” 유아린이 반항을 멈추자 지천무도 행동을 멈췄다. “하겠으면 빨리 해.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야. 앞으로 내 앞에 다시 나타난다면 나 너 가만 안 둬.” 유아린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그쪽이 너무 사납게 굴어서 기분 다 망쳤어. 됐으니까, 그냥 가.” 말을 끝낸 지천무는 바로 그녀의 몸에서 내려왔다. 여자는 몸을 일으켜 옷을 여미고 다시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여자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웅크리고 앉았는데 안색은 종이처럼 창백해졌다. 유아린에게 다가가 맥을 짚던 지천무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더니 다급히 그녀를 침대에 안아 눕히고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유아린은 극도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는데 눈에는 분노와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심각한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끝인 것 같았다. 그런데 죽기 직전에 이 남자에게 모욕을 당하게 생겼다니, 그녀는 차라리 빨리 죽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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