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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분위기 넘치는 목소리가 강주호의 말허리를 잘랐다. 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주현수였다. 그는 보기 드물게 캐주얼한 차림이었지만 분위기만큼은 여전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상위자로서의 자신감과 여유로움 때문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수군거리다가 전부 입을 다물었다. 주현수는 천천히 내 곁으로 걸어오더니 강주호가 들고 있던 목걸이를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엘시의 강씨 가문이... 이 정도로 궁핍한 건가?” 그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강주호는 안색이 달라졌다. 그는 학교에서 은근히 유복함을 티 냈다. 비록 집안 형편이 어떤지 대놓고 얘기한 적은 없지만 온몸에 명품을 휘감은 것만 봐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그를 동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집안 형편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현수의 말에 이엘 현지 학생들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강씨 가문? 전자산업을 하는 그 강씨 가문?” 강주호의 안색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 그 목걸이는 평범한 학생들에게는 꽤 비싼 것이었지만 강씨 가문 아들인 강주호에게는 껌값이었다. “은아야.” 강주호는 어렵게 이성을 되찾은 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이... 이 사람이 네가 만나고 있는 사람이야? 나랑 화해하려고 하지 않는 이유가 혹시 이 남자 때문이야?” 나는 차갑게 웃었다. “강주호, 그런 가증스러운 연기 따위 집어치워. 넌 세상 사람들이 다 너 같은 줄 알지?” “말도 안 돼.” 강주호는 고개를 저으며 날 바라봤다. “너 이 남자 때문에 나랑 헤어지려고 한 거지? 이 사람 누구야?”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강주호는 주현수를 모르는 걸까? 그러나 난 곧 깨달았다. 주현수는 성인이 되자마자 회사를 물려받았고 강주호의 아버지와 같은 급이었기에 강주호처럼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사람과는 전혀 달랐다. “내가 아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나 봐.” 주현수는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자기소개를 할게. 난 서은아의 오빠이자 재우 그룹의 CEO야.” “재우 그룹?” 근처에 있던 학생들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그 대기업 재우 그룹?” “재우 그룹 CEO가 저렇게 젊다고?” 강주호는 얼빠진 얼굴이었다. 그는 한참 뒤에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현수를 바라보았다. “그... 그쪽이... 주현수 씨라고요?” 주현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은아의 마음을 가지고 놀았다는 건 은아에게 진심이 아니었다는 건데, 은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은아에게 들러붙지 않았으면 좋겠네.” 강주호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아까 저 사람 뭐라고 한 거야?” “자기가 서은아 오빠라고 했어. 서은아 정말... 뜻밖이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니까.” “그런데 한 명은 주 씨고 한 명은 서 씨잖아.” “모르겠어? 한 명은 아빠 성을 따랐고 다른 한 명은 엄마 성을 따른 거겠지.” 수군대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강주호를 향한 사람들의 의심 또한 점점 커졌다. “우리는 서은아의 신분을 모를 수 있지만 강주호는 모를 수가 없지.” “주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하늘과 땅 차이잖아. 강주호는 서은아를 이용해서 주씨 가문의 도움을 받아 승승장구할 생각이었을 거야.” 적지 않은 학생들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강주호는 설명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설명할 방법이 없었고, 나 또한 그곳에 남아 강주호에게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나는 주현수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몇 걸음 걷자 내 손에 이끌려 오던 주현수는 오히려 내 손을 잡아 날 이끌고 교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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