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장
이게 내 첫 직장이니까 나는 자료를 들여다보며 살짝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이 자료를 정리해서 보고서로 만들면 되나요?”
“아니.”
주현수는 의자를 약간 돌리며 말했다.
“이걸... 다 외워.”
“외, 외우라고요?”
나는 손에 든 자료를 보며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대표님, 그거... 진심이세요?”
“내가 장난치는 것 같아?”
주현수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살짝 스쳤지만 목소리는 단호했다.
“이 자료에 재우 그룹의 모든 협력사 정보가 담겨 있어. 내 비서라면 이 협력사들을 완벽히 숙지하고 있어야 실수하지 않지.”
나는 놀랐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가서 외워. 일주일 뒤에 확인할 거야.”
주현수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그렇게 말했다.
학교 다닐 때도 책을 외우느라 고생했는데 직장에서도 그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니, 나는 기분이 우울해졌다.
자료를 들고 자리로 돌아가자 허윤주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혹시... 주 대표님 친구예요? 아니면 아는 사이?”
그녀의 궁금한 눈빛에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답했다.
“하하... 제가 그런 사람처럼 보여요?”
“음...”
허윤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쭉 훑어보더니 갑자기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보아하니 아닌 것 같네요.”
그녀의 눈빛이 방금 전의 호기심에서 갑자기 경멸로 변했다.
“도대체 회사가 왜 당신 같은 사람을 뽑은 거죠? 주 대표님이 직접 일까지 시키고...”
허윤주의 말에서 느껴지는 노골적인 적대감과 경멸의 태도에 나는 배신감을 느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윤주는 계속 떠들어댔는데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그녀는 코웃음을 치고는 돌아섰다.
“흥, 재미없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주현수의 사무실 문을 힐끗 쳐다봤다. 뭔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날 퇴근길에 허가람을 또 만났다.
정말 우연하게 마주쳤다.
재우 그룹 건물 근처에서 허가람과 조성철이 마주 보고 있었다.
“오빠는 정말 도움이 안 되네요.”
허가람은 고급스러운 트위드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팔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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