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장
권희주는 나를 낳아준 어머니이자 이 세상 남은 나의 유일한 혈육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에게 죄가 있다면, 나는 절반이라도 대신 짊어질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내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열등감과 자기연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번 침묵은 그 어느 때보다 길고 무거웠다.
비행기가 착륙하기 직전 주현수가 입을 열었다.
“너 곧 졸업하지? 졸업 후의 계획은 있어?”
뜻밖의 질문에 나는 금세 들떠서 대답했다. 아마도 사회로 나가서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는 설렘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기업에 지원서를 넣을 생각이에요. 채용 박람회에도 참석할 거고요. 거기서 괜찮은 기업을 찾아 면접을 보려 해요.”
주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지원하는 기업 중에... 재우 그룹도 있어?”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동안 나는 재우 그룹의 입김이 닿을 수 없는 기업들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내 대답을 들은 주현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넌... 아직도 너무 순진해.”
그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나는 당황했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지만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지금 대기업 채용은 대부분 석사나 박사 학위를 기본으로 요구해. 너처럼 갓 졸업한 학부 졸업생에다 경력도 없는 신입이 무슨 자격으로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내 기분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콧방귀를 뀌며 반박했다.
“저를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대학 다니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이미 인턴 생활도 해봤어요. 그리고 수능 만점으로 이엘 대학교에 입학했다는 거 아시죠?”
내 말에 주현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학점이나 점수보다 중요한 건 사회 경험과 적응력이야.”
그의 목소리는 조금 부드러워졌지만 나는 여전히 기분이 언짢았다.
“재우 그룹에서 일해보는 건 어때?”
그가 조용히 제안했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주현수는 약간의 체념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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