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그는 낯빛이 어두워져서 집사한테 물었다. "진우는?" "어르신, 도련님이 연락이 안 돼요." 강진우 아버지가 소리 질렀다. "못난 놈!" 그때, 마당 앞에 롤스로이스 구스트가 멈췄고 차에서 차가운 얼굴을 한, 몸매가 아주 훤칠한 남자가 내렸는데 그는 차 문을 닫고 본가 거실로 들어갔다. 강진우 아버지는 들어온 사람을 보았고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큰 며느리 위애화가 웃으며 일어서 말했다. "너 좀 봐봐, 어젯밤에 유아랑 같이 있었으면, 오늘 아침에 같이 오지 그랬어. 뭘 피하느라고 이렇게 따로 온 거야. 유아가 여기 있으면 우리가 괴롭히기라도 할까 봐 그래?" 강진우는 구유아를 힐끗 보고는 또 거실에서 마치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담담하게 앉아 있는 고인아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지금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재벌가에 들어가면 안 된다더니, 내가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연적이 바로 왔네.' '위애화도 참, 가치관이 별로야.' '재벌가는 참 복잡해!' 강진우 아버지는 지금 낯빛이 잿빛이 되었다. "집사, 손님 보내. 도련님이 오늘 결혼하고 첫날이라 인아랑 같이 자기 엄마한테 향 태워야 하니까 손님 있으면 안 돼." 구유아가 말했다. "아저씨, 저 갈게요." 위애화가 말했다. "아버님, 유아가 남도 아닌데..." "왜, 너도 강씨 가문을 떠날 거야?" 강진우 아버지는 눈을 부릅뜨고 위애화를 보며 물었다. "가고 싶으면 가, 아무도 너 안 막아. 집사, 손님 보내!" "네, 어르신." 집사는 구유아 앞에 가서 말했다. "유아 씨, 가시죠." 대놓고 강진우 아버지를 도발하던 위애화도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강진우 아버지는 감정 기복이 심했기에 어쩌면 정말 위애화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그녀는 더는 구유아를 남길 수 없었고 집사가 구유아를 보내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구유아는 강진우가 말해서 자신을 남겨줬으면 했지만 강진우가 아무 말 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실망해서 떠났다. 미래 시어머니한테 향을 올려야 했기에 옷을 차려입어야 했다. 고인아와 강진우는 옷을 갈아입으러 위층으로 갔다. 다시 둘만 마주하게 됐을 때 고인아는 자기한테 말했다. '날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안 건드릴 거야. 만약 건드리면 절대 가만 안 둬.' "네가 나타나서 여기 있는 공기까지 고약해졌어." 그 말을 들은 고인아가 말했다. "내가 아직 지구에서 살아야 하니까 대표님이 다른 행성에 가서 사시죠. 안 그러면 내 냄새를 맡다가 죽겠어요." 그녀는 처음 강씨 가문 앞에서 날을 세웠다. '내가 말 못하는 것도 아니고.' 강진우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고인아, 나 정말 너 보고 싶지 않아." "그럼 각막 기부하시면 되겠네요, 그럼 평생 날 못 보잖아요." 너무 똑똑하고 말 잘하는 여자애는 별로 이쁨을 받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한테서 문제를 찾지 않고 온갖 수단을 써서 강진우를 변하게 하려고 했다. '강진우가 날 좋아하지 않고, 나도 강진우를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왜 잘 보여야 해?' '지금도 잘 못 사는데, 나중에는 더 비굴해질 거야.' 고인아가 제일 먼저 반격한 사람이 바로 강진우였다. 강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게 네 진짜 모습이구나." "아닌데, 이건 가짜야, 내 진짜 모습을 당신은 볼 자격 없어." 고인아는 말하고는 오만하게 얼굴을 들어 강진우와 눈을 맞췄다. 그녀가 강진우를 화나게 했다. 그는 분명 웃고 있었지만 고인아는 싸늘함을 느꼈다. "좋아, 내가 볼 자격 없어." 그는 말을 되씹었다. 고인아는 기분이 복잡해 났다. 그가 이런 얼굴을 하고 있으면 그녀는 왜인지 겁이 났다. 하지만 겉으로는 겁먹지 않은 척했다. 하인이 문을 두드리며 빨리 준비하라고 귀띔했다. 고인아는 그제야 얼른 시선을 거두었다. 더 쳐다보다가는 자신이 겁먹었다는 걸 들킬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잘 파악하는 강진우는 고인아가 애써 강한 척하는 걸 모두 알아챘고 우습다고 생각했다. "연기 별로네." "중요한 생각만 전달하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