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6장
고작 문제집 하나 때문에 점심도 못 먹고!
힘겹게 다시 풀어낸 허윤진이 문제집을 다시 고연화 앞에 내밀었다.
“다 썼어요! 자요!”
다시 훑어보던 고연화가 피식 웃어보였다.
“흠, 괜찮군. 이번엔 열 문제나 맞게 풀었어!”
강의를 듣고서도 고작 열 문제만 맞게 푼게 허윤진은 영 쪽팔린 모양이다.
“나 배고프니까 밥 먹으러 갈래요!”
허윤진은 제일 아니꼽게 여기던 고연화 앞에서 망신을 당하니 고개도 들지 못한채 냅다 밖으로 도망가려고 했다.
이때, 고연화가 허윤진을 불러세웠다.
“잠깐만.”
걸음을 멈춘 허윤진이 짜증 섞인 눈빛으로 고연화를 휙 돌아봤다.
“점심도 못 먹게 해요? 굶어 죽으라는거야 뭐야!”
고연화가 문제집을 내려놓더니 겉옷을 입으며 말했다.
“같이 나가서 점심 먹자, 나도 배고파.”
그 자리에 굳어버린 허윤진이다.
고연화랑 단 둘이서 점심을?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려고!
“쳇! 내가 왜 고연화 씨랑 점심을 먹어요! 창피하게!”
그러거나 말거나 고연화는 옷 매무새를 정리하며 덤덤하게 말했다.
“나간 김에 에르메스백 사주려고 했는데 그럼 가지 말까?”
허윤진의 눈이 두배는 더 땡그래진다.
“뭐, 뭐라고요?”
고연화가 눈썹을 으쓱거렸다.
“싫어?”
무슨 생각으로 고연화가 저런 말을 하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허윤진이다.
“싫긴요! 근데 겨우 열 문제만 맞게 풀었잖아요......”
“절반 맞게 풀면 열개, 열 문제 맞게 풀면 하나 정도는 먼저 사줄수 있지.”
줄곧 흐리멍텅하던 허윤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지......진짜예요?”
고연화가 주머니에서 골드 카드 한 장을 꺼내 가녀린 두 손가락 사이에 끼어보이며 말했다.
“자, 이젠 믿을래? 갈거야 말거야?”
허윤진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기 방으로 뛰어가며 말했다.
“가요 가! 잠깐만요! 후딱 옷 갈아입고 올게요!”
흥분에 겨워하는 허윤진의 모습을 보며 나른하게 하품을 하는 고연화다.
가끔 보면 정말이지 겨우 이런 물질적인 것들에 날아갈 정도로 기뻐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물질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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