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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장

전화 너머로 몹시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동부 경찰서입니다. 혹시 고연화 씨 댁 맞습니까?” 오 집사가 고개를 들어 허태윤을 쳐다봤다. 허태윤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오 집사가 대답했다. “… 무슨 일이십니까?” 전화 너머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연화 씨 가족분이시면 지금 바로 동부서로 와주세요. 조사에 협조해 주셔야 할 게 있습니다.” 이내, 전화는 끊겼다. 여사님은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 그대로 힘겹게 소파에 주저앉았다… 허윤진은 더더욱 신이 났다. “할머니, 이것 봐요. 경찰서에서 전화까지 온 걸 보면 잡혀간 그 여자 새언니가 틀림없어요! 새언니도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가 있담, 평소에 할머니가 얼마나 예뻐했는데!” 가슴이 찢기는 것만 같아 여사님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허태윤은 소파 위의 정장 외투를 챙긴 뒤 엄숙한 얼굴로 허윤진에게 말했다. “집에서 할머니 곁에 있어. 어디도 나가지 말고!” 하지만 허윤진은 달려와 그를 막았다. “오빠, 그런 싸구려 여자는 버려도 돼, 그만 신경 써! 그 여자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짓도 벌이는 데 신경을 쓰는 건 우리 허 씨 가문 명성만 더럽히는 거라고!” 허태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호통쳤다. “비켜, 소란 피우지 말고!” 허윤진은 여전히 버텼다. “오빠, 그 고연화는 그만 신경 쓰라고! 그 여자는 애초에 그럴 자 없어!” 그렇게 두 남매는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어? 아저씨 오늘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요? 할머니, 저 배고파요. 아직 식사 안 됐어요?” 그녀를 본 허태윤은 순간 멈칫하더니 잔뜩 굳어있던 눈빛이 조금 풀어지며 슬쩍 눈썹을 들썩였다. 그러나 여사님은 곧바로 허리를 쭉 펴더니 기쁜 얼굴을 했다. “연화야, 너 집에 있었구나!” 고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머니.” 하지만 허윤진의 안색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왜… 왜 집에 있어요? 지금쯤….” 고연화는 나른하게 얼굴을 가리며 하품했다. “제가 집에 있는 게 이상해요? 안 그럼, 아가씨가 보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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