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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장

이튿날 오후 세 시, 고연화는 약속대로 대성육교 아래의 한 카페에 도착했다. 심플하고 세련된 카페였다. 카페 안은 꽤 조용했다. 가게 안에는 남녀 한 쌍과 노트북 앞에서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는 안경 쓴 남자밖에 없었다. 고연화는 자리를 골라 앉았다. 그러고는 커피와 디저트 하나를 주문했다. 그녀는 디저트를 먹으면서 주위를 관찰했다. 남자와 여자 둘은 소개팅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예의 있게 상대방의 취미를 묻는 중이었다. 별로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안경을 쓰고 있는 남자도 계속 노트북을 바라보면서 쉴 새 없이 키보드로 타자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엄청 바빠 보였다. 누가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 걸까? 아직 오지 않은 걸까? “연화 씨!” 익숙한 목소리에 고연화는 고개를 들었다. “진 팀장님?” 그녀가 A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을 때의 상사, 진부진이었다. 진부진은 전보다도 더 살이 찐 것 같았다. 그가 웃으니 얼굴에서 바로 기름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연화 씨, 오랜만이야.” 고연화가 퇴사한 후로 사실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진부진이 바로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인가? 고연화는 떠보려는 듯 물었다. “진 팀장님,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진부진은 허허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연화 씨, 그만 떠보고 앉아. 내가 연화 씨 찾은 거야.” 고연화는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어제 그 메시지 진 팀장님께서 보내신 거였군요.” 진부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나야. 연화 씨랑 허 도련님 사이의 일은 이미 다 알고 있어.” 고연화는 눈썹을 치켜떴다. “그래서요?” 진부진은 웃었다. “연화 씨, 솔직하게 말할게. 저번에 허 대표님이 우리 회사랑 새 프로젝트 협업을 하는 걸 거절했거든. 그 때문에 회사에서 날 잘랐어. 내 생각엔 이 일에 연화 씨 책임도 얼마간 있는 거 같은데!” 고연화는 이해가 안 가서 물었다. “제 책임이요? 진 팀장님 뭔가 잘못 생각하고 계신 거 아니에요? 제가 알기론 팀장님 친척 중에 송미연이라는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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