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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장

고연화는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들을 피해 가며 고백천 앞에 가서 섰다. “아빠 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 이렇게 화를 내세요?” 고설아는 바로 옆에서 팔짱을 끼고 서서 일부러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댔다. “무슨 염치로 그렇게 물어?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겠지!” 고연화는 태연한 눈길로 고설아를 바라봤다. “내가 한 일이 그렇게나 많은데 언니가 말한 건 대체 무슨 일일까 정말 궁금하네.” 고백천은 어두운 표정으로 따져 물었다. “일 때문에 나가서 지내야 한다고 하지 않았니? 그래서 네가 말한 일이라는 게 어떤 일인 거냐?” 고연화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어떤 돈 많은 아저씨의 아내를 연기하면서 집안 어른들을 속이는 일이라… 이걸 과연 무슨 일이라고 정의해야 할까. 배우? 임시 아내? 입을 열기 어려워하는 고연화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백천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 “나한테 또 숨기려고 드는 거냐? 명문대 졸업생이 술집에 가서 술집 아가씨 노릇이나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고연화, 너 정신이 있기나 한 것이냐? 이 아빠 목덜미 잡고 쓰러지는 꼴을 기어코 보고 싶어?” 술집 아가씨? 고연화는 눈썹을 치켜떴다. 고백천은 사진 한 장을 책상 위로 내려쳤다. 그녀와 지연우가 어제 SNOW에서 함께 나오는 모습이었다. 지연우는 어제 실연의 충격 때문에 누구보다도 튀는 핑크 머리에 전위적인 옷을 입은 것도 모자라서 술을 진탕 마셔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그녀의 신분을 충분히 오해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어제 그 부잣집 도련님들이 그런 식으로 그녀를 공개적으로 놀려댈 수도 없었을 것이다. 고연화는 그런 지연우와 함께 있었으니 끼리끼리 논다는 걸로 오해받기 쉬운 상황이었다. 고연화는 그 사진을 바라보더니 시선을 돌려 고설아를 흘깃 쳐다봤다. “아빠, 이 사진 언니가 드린 거죠?” 고설아도 켕기는 게 없다는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주 당당한 표정이었다. 이때, 그녀의 엄마 류예화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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