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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4장

그날 일이 있은 뒤, 짧게나마 같이 있었음에도 할머니는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분이셨다. ‘너 좀 변했다’는 말 한마디에 수년을 마음 졸이다 결국 도피하듯 해외로 떠났던 것. 한참이나 지난 일이지만 다시 돌아온 지금에도 불안한 건 여전했다. 긴장을 늦출 줄 모르는 모습에 강준영이 다음에 다시 오자며 먼저 제안했다. 그 말에 유가영이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건 아니지, 오자마자 어르신들 뵈러 오면 좋아하실 거야. 아니면 무례해 보일 거라고. 오빠, 나 아직 어디서 지낼지 모르겠는데 당분간만 오빠 집에 있으면 안돼?” 사실 강준영과 서수연이 함께 지내는 공간을 보려는 거였다. 그런 것들을 통해 이 여자가 지금 강준영에게 어떤 존재인지 대개 유추할 수 있을 테니까. 강준영은 오래도록 침묵하는 걸 보니 다소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다른 집 한 채 있어, 거기서 지낼래? 너 할머니 무서워하잖아, 한 지붕 아래에선 더 힘들 텐데.” 그러자 유가영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오빠, 내가 오빠 일상에 끼어드는 게 싫어서 그래? 아니면 이젠 수연 언니 있다고 나 더 이상 신경도 안 쓰는 거야...... 이번에 오면 오빠랑 더 가까워질 줄 알았는데......” 유가영의 말엔 강준영에 대한 회억이 가득했다. 다만 강준영에게 있는 건 책임감이 전부다. 막 돌아온 데다 아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지내게 하는 건 다소 걱정이 된다. “됐어, 당분간 본가에서 지내. 집에 방도 많은데.” 그제야 유가영이 환하게 웃어보였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는 거다? 오빠가 할머니한테 잘 말씀드려!” “그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차에서 내렸지만 정작 현관에 다다르니 또다시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냥 이대로 유턴할까 싶던 찰나, 안에 계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벌써 그들을 알아봤다. “준영이니? 이 시간에 왜 왔어? 수연이 곁에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아직 강준영 뒤에 있는 유가영을 보지 못한 할머니가 못마땅한 듯 미간을 구겼다. 할아버지도 달갑지 않긴 마찬가지, VIP 병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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