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54장
이유진 역시 숨통을 옥죄듯 가까워져 오는 원규민을 느낀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파사삭 부서지는 말라비틀어진 나뭇잎 소리.
그녀는 자칫 소리라도 새어나올지 입을 단단히 틀어막았다.
“더 빨리——”
키가 크고 다리도 긴 강준영과 달리 문지원은 도통 그를 따라잡지 못한다.
숨이 명치 끝까지 차올라도 감히 그에게 기다려달란 말은 못 한다, 제 친구를 구해 주려는 거니까......
강준영은 뒤의 상황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균일한 속도로 나아갔다.
문지원 역시 발을 동동 구르곤 계속해 걸음을 옮겼다.
중턱쯤 다다랐을까, 남자가 불현듯 멈춰서며 손을 척 들어 올렸다.
“왜요?”
강준영은 어딘가에서 새어 나오는 미세한 인기척을 들은 모양이다.
문지원 역시 덩달아 숨을 꾹 참았다, 혹시 유진일까?
“왼쪽, 어서!”
한마디를 끝으로 강준영은 다시 그쪽으로 달음박질쳤다......
발버둥 치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건 그 스태프와 범인이 틀림없다!
반나절 넘게 잘만 숨어 있던 이유진은 하필 지금에 와서야 원규민에게 발각될 줄 꿈에도 몰랐다.
입과 코가 틀어막히는 동시에 목도 졸려왔다.
있는 힘껏 발버둥 쳤지만 안전 요원의 힘을 무슨 수로 이길까?
기력을 잃고 포기하려 할 때, 일순 반대 방향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원규민은 파리하게 질린 채 이유진을 끌고 연신 뒷걸음질 쳤다.
누군가 구해주러 왔을까?
흐릿해져 가는 시야 속, 여러 장면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가장 감사한 걸 꼽으라면 그건 바로 짧은 촬영 기간, 문지원이란 좋은 친구를 만났다는 것.
그녀에게 마지막 통화를 남겼다는 것 역시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알아낸 모든 걸 말하려 마음먹고도 작별 인사 한번 제대로 못한 건 안타깝다.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해도 촬영팀에 합류하는 걸 택할 거다.
연예계에 대한 기대는 없어졌어도 인간의 선과 악은 진작 알아봤다.
이 바닥에서 감정이란 가장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존재다.
모든 이들은 명예와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며 가치에 따라 서로의 사이를 판단하고 이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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