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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7장

“알겠어요, 걱정 마시라니까요 할머니.” 할머니가 그제야 만족하며 말했다. “그래, 기다리마. 수연이한테 말해둬, 저녁엔 다 수연이가 좋아하는 거로 준비한다고.” “네, 아주머니한테 국도 준비해달라고 하세요. 지난번에 북엇국 좋아하더라고요.” 서수연의 입맛까지 기억하고 있는 손자의 말을 듣자 할머니는 입이 귀에 가 걸렸다. 전화를 끊자마자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데리고 분주히 주방에 저녁 준비를 시키기 시작한다. “해가 서쪽에서 뜨겠어! 준영이 그 놈이 수연이를 다 챙기고!” 할아버지는 쓸데없이 걱정한다며 할머니를 나무랐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알아서 다 배우게 돼있다니깐. 젊은 애들 일엔 신경 끄자고, 그럼 애들만 피곤해져.” 전화를 끊은 강준영이 성큼성큼 다가와 명령조로 말했다. “저녁에 시간 비워둬, 두 분이랑 같이 식사하게.” “아, 네.” 별수 없이 한숨을 내뱉었다. 계약 기간 동안엔 뭐든 강준영에게 맞춰야만 한다. 그나저나 하루종일 연기만 하는 이 일상은 언제면 끝이 날까. 집 앞에 다다르니 강준영이 먼저 내려 서수연에게 문을 열어줬다. “사모님, 준비됐어?” 손을 뻗어온 강준영의 눈가에 “다정함”이 묻어나왔다. 서수연도 애써 웃음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나 이젠 배우예요.” ...... “할아버지, 할머니——저희 왔어요. 오늘 저녁 메뉴는 뭐예요?” 두 사람이 손을 꼬옥 맞잡고 집에 들어섰다. 서수연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할머니는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할아버지 역시 보면 볼수록 서수연을 마음에 들어했다. 준영이 저 놈이 지나치게 무뚝뚝한 게 문제이긴 하나 밝고 웃기 좋아하는 수연이가 마침 그 부분을 잘 메워준다. 서수연은 잽싸게 강준영의 손을 놓아버리곤 할머니의 팔짱을 꼈다. “할머니, 저기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던데요?” 할머니가 귀엽다는 듯 서수연의 콧잔등을 톡 건드렸다. “개코네 개코야! 수연이 지난번에 북엇국 맛있게 먹었다며? 준영이가 그거 다시 하라고 특별히 귀띔해 주던데!” 강준영이 할아버지에게 인사하는 사이, 서수연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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