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8장

고연화는 윤호철을 보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다년간 호흡을 맞춰온 윤호철이 곧바로 그 의미를 눈치챘다. 그는 목을 가다듬고는 손을 들어 올려 습관적으로 왼쪽 귀에 차고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터치했다. 그러고는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매우 침착하게 허태윤과 고연화 앞으로 지나갔다. 목소리는 일부러 낮추어 전화하는 척 연기했다. "보스, 조금 전 정말 난처했습니다. 제가 허태윤 그자 욕을 하고 있는데, 당사자에게 들켰지 뭡니까! 예, 바로 그자가 보스가 마음에 들어 하던 그 그림을 채갔습니다! 됐어요. 그냥 그자에게 양보한 셈 치죠! 청하의 그림이 <가을 언행도> 한 폭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다른 것을 사죠.” 윤호철은 말하면서 멀어져 갔다. 커다란 두 눈으로 허태윤을 바라보던 고연화는 순수한 얼굴로 눈썹을 꼼틀대며 말했다. "아저씨, 저 사람이 아저씨 욕을 하는 것 같네요!" 눈길을 거둔 허태윤이 고연화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의심을 거두지 않은 채 물었다. "두 사람 서로 모르는 사이에요?” 고연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는 사이에요! 아저씨는 저 사람 아세요? 저 사람이 왜 아저씨 욕을 하죠?” 허태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아직 대답하지 않았어요. 여기서 뭐 하고 있죠?" 고연화는 아쉬운 척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저씨 덕분에 A회사에서 잘렸잖아요! 오늘 여기서 경매 진행자를 모집한다기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 보러 왔어요!" 허태윤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오퍼를 받았어요?" 고연화가 고개를 젓더니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니요! 삼 년 이상의 업무 경험이 있는 사람을 찾으려 한다는데, 저는 조건에 부합하지 않네요!" 허태윤이 그녀 모습을 살펴보니 그냥 꼬맹이였다. 만약 정말 그녀를 경매대 위에 세우면, 사람들이 학생용품을 경매하는 것으로 오해할 것 같았다. 고연화가 조그마한 얼굴을 들고 물었다. "아저씨, 그럼 아저씨는 여기 왜 왔어요?" “할아버지께서 마음에 두신 청동기가 있어 내가 대신 와서 낙찰받았어요.” "오, 아저씨 효성이 지극하시네요! 참 좋은 손자네요!" 허태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쩐지 날 욕하는 것 같은데?’ 이때 남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허태윤이 눈살을 찌푸린 채 “응“ 한마디만 하고는 바로 끊었다. 그 뒤 남자는 무슨 생각에 감긴 듯하더니 고연화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제 어디로 갈 계획이죠?" 고연화는 담담하게 말했다. "돌아가서 계속 이력서를 넣고 일자리를 찾아야죠!" 허태윤의 굵직한 손이 그녀의 머리를 지긋이 내리눌렀다. 그가 몸을 살짝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거부하지 못할 말을 했다. "나랑 어디 다녀오면 일자리를 줄게요." 고연화는 어안이 벙벙해져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남자 손에 손목이 덥석 잡힌 채 이끌려갔다. ****. 만월 가든. 고연화가 이곳에 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지난번에는 허태윤에게 강제로 끌려와 약혼식을 치렀었다. 주위에 배치된 꽃바다, 레드카펫, 리본과 풍선을 보면서... 고연화는 혼이 쏙 빠진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 이번에는 또 뭐 하려는 거예요? 설마 서양식 결혼식을 한 번 더 하려는 건 아니죠?" 허태윤은 곁눈질로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왜요, 나랑 결혼하는 것이 그렇게 좋아요? 서양식 결혼식도 올리게요?” 고연화가 눈을 흘기며 바로 반박하려던 차에 문득 은방울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외삼촌!” 그녀가 목소리를 쫓아 바라보니 웨딩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자가 치맛자락을 들고 허태윤 앞으로 달려와 초조하게 물었다. "외삼촌, 제가 찾아달라던 사람은 데려왔어요?" 허태윤이 손을 뻗어 옆에 서 있던 고연화를 들어 올려 웨딩드레스 차림의 그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이 사람은 어때?" 웨딩드레스 차림의 여자가 고연화를 바라보며 두 눈을 깜빡였다. 고연화는 왠지 자신이 팔려 갈 것 같아 두 손을 가슴 앞으로 교차해 자기를 보호하며 물었다. "뭐 하려는 거죠?" 웨딩드레스 차림의 여자가 고연화를 보며 기분이 안 좋다는 듯 입술을 삐죽였다. "왜 이렇게 예뻐요? 외삼촌, 저를 위해 찾아준 들러리가 신부인 저보다 더 예쁘면 주인공인 제가 빛나지 않는다고요!” 허태윤은 고개를 기웃한 채 고연화를 흘깃 보고는 차갑게 비웃었다. "이 여자가 예쁘다고? 너 언제 눈에 문제가 생겼지? 왜 외삼촌에게 알리지 않았어?" 지연우는 어이가 없었다. 고연화는 씩씩대며 허태윤을 노려보았다. 그녀도 어떻게 된 일인지 이제 알만했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