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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장

신이서와 송서림의 대화를 지켜보던 최정희의 얼굴엔 흐뭇함이 가득했다. 두 사람 사이의 금슬이 매우 좋아 보였고 신이서가 고운성과 함께 있을 때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다. 당초 신이서는 고운성에게 늘 양보했고 많은 것을 참았다. 어머니로서 몇 마디 하려고 했지만 혹시라도 상황이 더 안 좋아질까 봐 그저 가만히 있었다. 두 사람이 결혼 얘기가 오갈 때 고운성의 태도는 의외로 아주 좋았고 기본적으로 여자 쪽의 요구를 전부 따랐다. 예물이나 뭐 그런 것도 최정희는 강요하지 않았다. 신이서가 행복할 줄 알았는데 최정희가 혼수상태인 동안 고운성 가족은 선 넘는 짓을 너무 많이 했다. 최정희도 간병인에게서 어느 정도 얘기를 들었고 딸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 많은 것을 한 것에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지금 결혼한 남자가 훨씬 믿음직스러워 보여 최정희는 많이 안심되었다. 신이서가 최정희 옆에 앉아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고 최정희는 그저 가만히 듣기만 했다. 머리를 수술해서 지금은 반응이 둔하고 말을 해도 입만 벌린 채 표현할 줄 몰랐다. 의사는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고 했고 일반적으로 회복되면 다시 말할 것이라고 했다. 송서림은 옆에 선 채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있었고 묵묵히 신이서에게 물 한 잔을 건네기도 했다. 이 남자는 듬직하고 자상하며 보기보다 훨씬 부드러운 것 같다. 물을 한 모금 마신 신이서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최정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엄마, 어젯밤에 둘째 삼촌이 소란을 피웠는데 얘기 들었죠?” 최정희는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딸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말에 마음이 아픈 최정희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녀가 깨어나면서 이 해프닝도 끝났다. 어렴풋이 부동산 관련된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최정희의 표정을 눈치챈 신이서가 말했다. “엄마. 그때 분가할 때 협의서 아직도 있어요?” 최정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이서는 마침내 안심했다. “어디 있어요? 집에 있어요?” 최정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이서가 물었다. “그럼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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