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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장

신이서는 돌아서서 부엌으로 들어가 도시락 가방을 꺼내 송서림 앞으로 걸어갔다. “오늘 점심이에요.” “고마워.” 송서림은 도시락 가방을 건네받았다. 그가 막 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신이서는 느슨해진 넥타이를 발견했다. “넥타이가 살짝 풀렸네요.” 신이서는 그의 가슴팍을 가리키며 알려줬다. 고개를 숙여 넥타이를 본 송서림은 정리하는 게 아니라 되레 신이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손에 뭐가 많아서 네가 도와줘야 할 것 같네.” 송서림은 손에 외투와 도시락 가방을 흔들었다. 그 말에 신이서는 시큰둥하게 답하고선 조심스럽게 발끝을 들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송서림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지난번에 가르쳐준 건 아예 까먹었나 봐?” “한번 봤다고 완벽하게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딨어요? 전 연습해 본 적도 없잖아요.” “그럼 앞으로 매일 연습시켜 줄게.” 송서림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한 신이서는 흠칫 놀라더니 머리가 하얘진 듯 주춤거렸다. 행여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게 송서림에게 들킬 까봐 차마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때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송서림은 흐름 끊기는 상황이 불쾌했는지 도시락 가방을 꽉 움켜쥐고 바로 뒤로 있는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밖에는 양라희가 서 있었다. 송서림의 넥타이를 정리해 주고 있던 신이서는 문밖에 서 있는 양라희를 보고선 마치 귀신이라도 만난 듯 등골이 오싹해졌다. ‘왜 이렇게 적극적이야. 아직 여덟 시도 안 됐잖아?’ 현관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양라희의 눈에는 분노가 서렸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꾹 참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좋은 아침. 내가 오늘 옆집으로 이사 왔거든. 이웃들에게 인사돌리고 있던 참이었어.” 신이서는 괜히 화가 나서 넥타이를 힘껏 잡아당겼고 그 행동에 숨이 막힌 송서림은 다급하게 신이서의 손을 잡았다. “남편을 죽이려고 이러는 거야?” “미안해요.” 신이서는 본인이야말로 송서림와 양라희 사이에 끼어든 외부인 같다는 생각에 손을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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