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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신이서는 잠간 자신이 환청이 들렸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송서림을 바라보니 그는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 ‘그래서... 송서림의 소개팅 상대가 나라고?’ 전수미가 말했다. "이서야, 우리 아들은 보시다시피 멋지게 생겼고 일밖에 모르는 애야. 적어도 앞으로 아이는 아주 예쁘게 생겼을 거야." ‘아? 아기?’ 신이서는 더욱 어리둥절해져서 무슨 말을 할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송서림이 말문을 열었다. "어머니, 그만하세요." 전수미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회사, 회사, 너 회사랑 결혼해." 송서림이 상관없다는 듯 대꾸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전수미는 화가 나서 고개를 돌려 신이서를 바라보았다. "이서야, 솔직히 말해서 난 너랑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왔잖아. 나는 줄곧 널 내 며느리로 삼고 싶었어. 근데 너한테 남자 친구가 있어서 그냥 조용히 옆에서 축복해 줄 수 밖에 없었어. 근데 네 남자 친구가 널 소중히 여기지 않을지 누가 알았겠어. 그 사람이 널 싫다고 하면 내가 널 가지고 싶어." 말이 끝나자 전수미는 신이서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바닥은 엄마를 꼭 닮았다.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다. 그녀가 송서림에게 시집을 가면 아마도 그녀는 전수미한테 엄마를 구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감히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결혼은 두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그녀는 송서림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송서림은 담담히 물었다. "어머니, 나 꼭 결혼해야 해요?" 전수미가 한치의 양보없이 대꾸했다. "그래." 먹물 같은 송서림의 두 눈이 신이서를 스쳐 지나갔다. "그래요, 그럼 결혼해요." 돈 밖에 모르는 여자일 뿐,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간단한 법이다. 신이서는 얼떨떨했다. 송서림이 이렇게 빨리 승낙할 줄은 몰랐다. 전수미는 그녀를 돌아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이서야, 괜찮지?" 신이서는 조금 어리둥절했지만 그래도 집안 사정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모, 저희 집에 사정이 좀 생겼어요, 아마도 전..." 그녀는 순간 울컥했다. 아마도 전수미가 그녀에게 너무 관심을 가져줘서 그런지 그녀는 왠지 모르게 슬펐다. 전수미는 그녀가 슬픈 일을 다시 꺼낼까 봐 즉시 말을 끊었다. "됐다, 됐어, 난 너라는 사람을 믿어. 네가 좋다고만 하면 결혼에 필요한 혼수는 절대 푸대접하지 않을 거야. 그래니, 결혼할래?" 신이서는 감사한 눈길로 전수미를 쳐다보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서랍 속에 있는 독촉장 뭉치를 생각하면 그녀는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녀는 집을 팔 생각도 했었지만 중개업자는 절차만으로도 오래 걸리기에 금방 팔리기 힘들다고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병원비를 해결할 방법이 생겼지만 신이서는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송서림은 그녀의 눈을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고 말투도 투박했다. 분명히 전수미의 결혼 독촉에 대충 대꾸한 것이다. ‘그래, 각자 필요할 걸 가질 뿐이야, 언젠간 헤어진다고 해도 서로 부담이 없을 테니까.’ 한편 전수미는 너무 기뻐 박수를 쳤다. "잘 됐다. 내일이 길일이니 너희들 먼저 가서 혼인 신고부터 해. 결혼식은 젊은이들한테 맡길 테니까 알아서 해. 지금 빨리 알아보자." 이 말을 듣고 신이서가 송서림에게 예의 바르게 손을 내밀었다. "송서림 씨, 안녕하세요, 저는 신이서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할게요." 송서림은 그녀를 보지 않았다. 살짝 손을 들었지만 악수를 하지 않고 훤칠한 손가락으로 신분카드를 그녀의 손에 건넸다. "내 정보예요." 참 간단하다. "네." 신분카드를 받아든 신이서는 송서림이 지금 그녀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송서림 씨, 이모, 저 먼저 갈게요, 천천히들 이야기 하세요." "잠깐만, 이서야, 너 서림이랑 카톡 추가해. 무슨 일이 있으면 얘를 찾고." 전수미는 송서림의 카톡을 신이서에게 보냈다. "알았어요." 신이서는 빈 프로필 사진을 보며 카톡을 추가하고 레스토랑을 나섰다. 전수미는 신이서를 떠나보내고 맞은편에 있는 송서림을 쳐다보았다. "신분카드? 너 언제부터 프로그래머가 됐어?" "방금요. 어머니가 까발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송서림은 담담하게 말했다. "왜? 이서 품성이 참 좋은데 방비할 필요 없어." "글쎄요." 송서림이 무심코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듣자 전수미가가 눈살을 찌푸리고 무슨 생각을 떠올렸다. "서림아, 혹시 내가 너희 아빠랑 이혼해서 그러는 거면..." "어머니, 쓸데없는 생각 마세요. 어머니가 만족하는 여자랑 결혼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앞으로 다시는 제 일에 간섭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송서림의 깊은 눈동자는 그의 어머니인 전수미조차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차가웠다. 그 쓰레기 아빠 얘기만 나오면 그는 침울해지는 것 같았다. 전수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서림아, 너도 언젠가는 이서가 네가 만났던 그 여자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송서림은 놀라지도 않고 말했다. "그래요? 근데 어머니를 실망시킬까 봐 걱정이 되네요. 전 사람을 잘못 보지 않거든요." 신이서는 고운성과 다를 바 없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금방 2천만 원 때문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돌아서서는 낯선 남자랑 선을 보고 결혼을 한다. 돈 얘기를 한마디도 안 하지만 하는 행동마다 돈과 관련 있다. 그가 결혼을 승낙한 것은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것 외에도 나중에 이혼하려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로 돌아갈게요." 송서림이 몸을 일으켜 자리를 뜨자 그의 늠름한 모습이 한 가닥 소리 없는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포스가 주변의 많은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수미는 가볍게 속삭였다. "나중에는 아마 딴말할 걸." ... 레스토랑을 나서자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신이서는 병원 면회 시간을 놓칠까 봐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신이서는 총총걸음으로 곧장 중환자실로 뛰어 들어갔다.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는 온몸에 큐브를 꽂고 의식을 잃고 있었다. 매번 병실 문을 열 때마다 그녀는 어머니가 예전처럼 웃으며 그녀를 안심시키기를 바랐지만 그 희망은 매번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옆 환자 가족들은 그녀가 들어오자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이서 씨 왔어요, 오늘 왜 이렇게 늦었어요?" "일이 좀 있었어요." 신이서는 어머니 침대 곁으로 다가가 가방을 내려놓고 어머니의 얼굴을 만졌다. 어머니의 온기를 느껴야만 그녀는 비로서 어머니가 아직 살아계신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서 씨, 오늘 의사가 또 찾아왔었어요." 옆 환자 가족이 귀띔해 줬다. "네, 알겠어요. 고마워요." 신이서는 속절없는 한숨을 쉬었다. 분명히 병원비 때문일 것이다. 이때 간병인 아주머니가 주전자를 들고 들어오더니 신이서가 있는 것을 보고 주전자를 내려놓고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이서 씨, 우리 밖에 나가서 얘기 좀 할까?" "네." 신이서는 간병인을 따라 병실을 나섰다. 간병인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서 씨, 옆 병동에서 큰 고객이 나한테 일당 10만원을 주겠다고 하는데. 이서 씨 어머니는 지금 정신도 못차리고 몸도 움직이잖아. 그리고 이서 씨 어머니 몸을 하루에 세 번 닦아주어야 해. 시간도 들고 힘도 드는데 이서 씨는 고작 5만 원 밖에 안 주잖아. 나도 이서 씨 집에 이서 씨 혼자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 알아, 그래서 그러는데 ..." 간병인은 두 손가락을 꼬며 월급을 올려달라고 암시한다. 신이서는 가슴이 답답해 왔다. 의지할 곳 없는 아이는 정말 아무나 다 무시한다. 그녀는 엄마 병원비 때문에 하루 종일 병원에 있을 수도 없고, 집에는 팔 수 있는 물건들은 벌써 다 팔아버린 상태이다. 이번 달에 그녀는 어머니를 돌보느라 며칠 동안 결근한 것 때문에 회사에서도 불만이 많아 더 이상 휴가를 낼 수도 없고 게다가 의식을 잃은 엄마를 혼자 병원에 둘 수도 없다. 그런데 그게 뜻밖에도 간병인이 월급을 올려달라는 이유가 될 줄이야. 신이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줌마, 우리 이미 벌써 월급을 정했잖아요." 간병인은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 "이서 씨, 지금 간병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돈을 더 안 올리면 나 그만둘 거야." 그녀의 말이 맞다. 신이서도 겨우 지금의 간병인을 찾았다. 간병인은 신이서가 말을 하지 않자 얼굴을 찡그렸다. "이서 씨, 어머니가 혼수상태에 빠진 지 오래 됐어. 잠시도 사람을 떠날 수 없는데 내가 그만두면 어머니가 만약..." 그 말을 듣자 신이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눈이 차가워졌다. "지금 절 협박하시는 거에요?" "나도 이서 씨를 위해 하는 말이야, 이서 씨도 고아가 되고 싶지 않잖아?" 간병인은 고개를 들고 허리에 손을 차고 네가 날 어쩔 셈이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신이서는 분노한 표정으로 간병인을 쳐다보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최근 며칠치 월급을 이체했다. "아줌마, 옆 병동의 큰 고객이 그렇게 아주머니를 찾으신다니 붙잡지 않을게요." "이서 씨..." 휴대폰으로 돈이 이체된 것을 본 간병인은 당황한 기색으로 손을 흔들며말했다. "너 이 계집애 정마 고지식하네. 됐다, 됐어. 일당 7만원, 내가 남아서 널 도와줄게." "아니요." 신이서는 그녀가 큰 고객이 있다는 게 다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타협하면 앞으로 더 달라고 행세할 게 분명하다. 간병인은 거절당하고 일자리를 잃게 되자 화를 내면서 신이서의 코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너 같은 불효녀를 본 적이 없다. 지 엄마한테 돈 좀 쓰면 뭐가 어때서? 간병인조차 구하지 못하는데 무슨 병을 치료해? 거지 같은게." "그만 꺼지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방금 한 말을 주변 병실 사람들한테 다 전할 거니까. 그렇게 되면 이 병원에서 누가 감히 당신을 쓸까요." "너, 너... 재수없어!" 간병인은 제 발이 저린 듯 욕 한 마디 하고 돌아서서 도망갔다. 신이서는 텅 빈 복도를 바라보며 고개를 들고 심호흡을 했다. 저절로 코가 찡해온다. 지금 그녀는 무너질 수 없다. 그녀는 엄마를 살려야 한다. 그녀는 돌아서서 병실로 들어가기 전에 힘껏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그녀는 엄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간병인이 없기에 신이서는 게을리 행동하면 안 된다. 그녀는 물 한 대야를 떠서 어머니의 온몸을 닦아 드렸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고 침대 옆에 엎드려 피곤하여 잠이 들었다. 오전 6시. 알람 소리에 잠을 깬 신이서는 병실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수를 한 다음 어머니의 얼굴도 닦아드렸다. 오늘 그녀는 고객을 만나야 한다. 그래서 먼저 서둘러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병실을 나가기 전에 그녀는 옆 환자가족에게 어머니를 잠시 봐달라고 부탁한 후 간호 데스크로 달려가 간병인 기관의 카드에 있는 카톡을 추가했다. 이어 신이서는 1층으로 올라가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병원비를 결제했다. 비록 밑빠진 독에 물 붓기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쫓겨나는 것보다는 낫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서 아래 층 가게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휴대전화 속 잔고를 보고 돌아서 옆의 빵집으로 들어갔다. 10시 이전, 빵집에는 어제 팔다 남은 빵을 할인하여 판다. 2000원에 3가지 빵, 하루 종일 라면을 먹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한 값이다. 그녀는 일찍 빵집으로 향해 제일 큰 빵 세 개를 골라 지하철역으로 갔다. 가는 길에 송서림의 빈 카톡 프로필이 깜빡였다. [8시, 늦지 마세요.] [알았어요.] ‘역시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구나. 혼인 신고도 협상처럼 말하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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