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9장
지아의 마음이 답답하다는 것을 눈치챈 공은별은 조용히 위로했다.
“고현진 씨 질투하는 모습이 아주 멋지던데. 육시원이 그냥 너를 도와 말을 끌어줬을 뿐인데 조급해하는 모습 좀 봐. 대표님으로서의 진중함이 다 사라졌어. 당황해서 여동생도 돌볼 겨를이 없던데 여동생 일을 잘 처리할 수 같아.”
지아는 억지로 미소를 짜냈다.
공은별이 자신을 안심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녀의 마음은 지금 뒤죽박죽이어서 매우 불안했고 뭔가 큰일 날 것 같았다.
그녀는 고현진에게 문자를 보내 라영의 안부를 묻고 싶었지만 문자를 한 번 또 한 번 편집하다가 결국 삭제하여 보내지 않았다.
지아는 직감이 정확했다.
이번에 고씨 가문에 큰일이 난 셈이라 사람들은 저마다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라영은 정말 크게 다쳐 당장 수술해야 했다. 사인하고 난 고현진은 줄곧 초조하게 병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손에 있는 모든 검사 보고서와 의사가 발급한 명세서를 꼼꼼히 뒤적였다.
수혈한 혈액형을 보았을 때 고현진의 몸은 확연히 떨렸다. 무언가 그의 마음속에서 살며시 부서지는 것 같았다.
라영의 혈액형은 AB형이고 그의 아버지 고인호는 O형이다.
라영의 엄마가 어떤 혈액형이든 정말 바람을 피운대도 아빠가 AB형이기에 O형인 아이를 낳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지금 마음이 매우 어수선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어리둥절했다.
라영은 대외적으로 아빠 친구가 돌아가며 남겨둔 고아로 어릴 때부터 고씨 가문에 입양됐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어머니 은미라는 줄곧 몰래 그에게 라영이 아버지의 사생아라고 암시해왔다.
이 순간 그의 믿음이 와르르 무너진 것 같았고 명치가 마치 거대한 돌에 짓눌린 것 같았다.
과거의 여러 가지 일이 떠올랐다. 그와 라영 사이의 털어놓기 어려운 감정을 떠올리는 순간 마침내 답이 나왔다.
그는 두 눈이 벌겋게 된 채 말로 할 수 없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라영에 대한 가책도 있고 아버지에 대한 가책도 있었다.
은미라와 고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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