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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장

김유진은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 사무실을 나가서 모퉁이에 숨은 채 몰래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로 전화를 걸고 나서야 상대방이 짜증스러운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누구야? 나 귀찮게 굴지 마!" "고운성, 요즘 잘 지내?" 김유진이 가볍게 물었다. "김유진? 네가 웬 일이야? 내가 잘 있든 말든 너랑 뭔 상관인데?" 말투를 들어보니 고운성이 요즘 순탄치 못하게 지내는 듯싶었다. 안 그러면 이 정도로 버럭 화내지 않을 테니까. 어쩐지 요즘 단톡방에서도 그다지 말이 없다더라니. 김유진은 눈썹을 들썩거렸다. 고운성은 당연히 잘 지내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이어진 큰 소란을 피울 테니까. 그녀가 창피를 당했으면 신이서는 그녀보다 더 심하게 망신살을 당해야 한다! 김유진은 일부러 관심 조로 말했다. "운성이 네가 요즘 아무 말 없으니까 이서 때문에 화난 줄 알고 전화해본 거야. 별일 없으면 됐어." "잠깐만, 신이서? 걔가 왜?" 고운성은 전화를 끊으려는 김유진을 덥석 가로챘다. 최근에 매니저가 사사건건 트러블을 찾고 일도 잘 안 풀리는 그였다. 승진을 못 하는 건 제쳐두고 지금 밥그릇도 위태로워져서 머리카락이 빠지도록 괴로워 미칠 지경인데 언제 단톡방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신경 쓸 겨를이 있을까? 게다가 그의 카톡에는 적어도 20개의 단톡방이 있는데 어떻게 모든 단톡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김유진이 이렇게 말한 이상 신이서에게 큰 일이 생긴 게 틀림없다. 설마 그 싸구려 남편과 헤어지고 그와 화해하려는 걸까? '나 원 참.' 그러게 그녀의 가정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남자는 고운성 외에 더는 없다고 진작 말했었지. 이번에 신이서가 그를 찾아오면 어떻게든 먼저 그녀의 집을 그에게 양도하도록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신이서는 종일 친정집을 도와줄 생각 뿐이니까. 여기까지 생각한 고운성이 거만하게 말했다. "나 알 것 같아. 신이서가 나한테 다시 만나자고 말하기 쑥스러워서 너한테 대신 전해달라고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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