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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장

백은서는 화려하게 장식된 스포츠카에 나른하게 앉아 있었는데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그녀는 매우 만족스럽게 휴대폰을 껐다. ‘누가 신이서에게 오늘 그렇게 나대라고 했어? 자기 주제도 모르고.’ 그러다가 갑자기 이정민이 떠오른 그녀는 한 손으로 머리를 짚고 시트에 비스듬히 기대어 매혹적인 눈빛으로 이정민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 손을 이정민의 허벅지에 자연스럽게 얹었다가 천천히 허벅지 안쪽으로 미끄러지듯이 만졌다. 평소 같았으면 이정민은 진작에 통제할 수 없었을 텐데 오늘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때 이정정의 머릿속은 오늘 신이서를 만났던 기억으로 꽉 차 있었다. ‘날씬하고 잘록한 허리를 잡고 품에 안을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간질간질했다. 그녀가 뜻밖에도 늙다리에게 빌붙을 정도로 초라한 줄은 몰랐는데 늙다리에게 빌붙기보다 자신과 함께 하는 것이 나을 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정신을 차린 이정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무표정한 얼굴로 백은서의 손을 잡고 말했다. “장난치지 마. 운전 중이잖아.” 백은서는 그의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손은 계속 안쪽을 더듬었다. “맞아, 운전 중이야. 그래야 스릴있지.” 향수의 향기에 마음이 초조해진 이정민은 내색하지 않고 다시 백은서의 손을 가볍게 밀쳤다. 백은서는 손을 멈칫하더니 재빨리 거두어들였다. 백은서가 아무리 멍청하다고 해도 상대방의 이상함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부끄럽고 화가 났다. 스스로 몸을 낮추고 먼저 손을 뻗었는데 이정민이 이런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다. 너무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눈빛 하나면 그가 주체하지 못하고 덤벼들었을 텐데 오늘 이렇게 이상한 건 분명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여자의 타고난 경각심은 백은서의 마음속에서 비상벨을 크게 울렸다. 그녀는 묵묵히 한동안 지켜보기로 했다. ‘결혼식 전에 문제가 생기면 안 돼. 이번 결혼식에 모든 친구를 초대해서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증명할 거야.’ 그녀는 동창 중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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