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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남준 오빠,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요. 아주머니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그 여자 때문에 아팠다고...” 채청아는 허남준을 바라보았다. 허남준은 지금 너무 약해 보였다. 이건 다 그 여자 때문이었다. 전처 때문에 정말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망가뜨려야 되나 싶었다. “청아야, 이건 내 문제야. 그리고 난 강서윤 때문에 이런 게 아니야.” 허남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레스토랑 문이 열렸다. 마침 채청아는 들어오는 사람을 보았다. “오빠, 방금 한 말 진심이에요? 전처 때문이 아니라고요?” 채청아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마침 들어오던 강서윤의 귀에 들리도록 말이다. 강서윤은 원래 구석에 있는 사람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었다. “허남준?” 강서윤은 남자를 보며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이혼 후 어디에서든 마주치는 것 같았다. “또 저 자식이야? 서윤아, 우리 약속 있잖아. 괜히 기분 망치지 말자.” 문석진이 작게 속삭였다. 강서윤은 다가가서 묻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말했다. “룸으로 가자.” 강서윤이 떠난 후 채청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오빠, 난 그냥 오빠가 너무 안타까워요.” 채청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허남준은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머릿속에는 강서윤과 함께했던 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도 강서윤은 그를 이 레스토랑에 데려왔었다. 정신을 차린 허남준은 채청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편, 룸 안에서 강서윤은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일이 좀 꼬였네. 오늘 약속은 취소됐어.” 강서윤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문석진은 놀란 듯 말했다. “뭐야, 이거 일부러 우리 골탕 먹이려는 거 아니야?” 문석진의 말에 강서윤은 한숨을 쉬었다. “가자.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 없어.” 하지만 그때 문석진은 밖에 있는 허남준이 떠올랐다. “서윤아, 온 김에 잠깐 나가 보자. 아까 남준 씨랑 지난번 데리고 왔던 그 여자분이 같이 있는 것 같던데.” 문석진의 말에 강서윤은 망설이지 않았다. 허남준과 채청아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며 어색했던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다.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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