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장
마지막 여행 가방을 옮기던 그때 고진우가 마침 엘리베이터를 나오고 있었다.
창백하고 핏기 하나 없는 얼굴에 눈언저리가 깊이 패여 있었고 전체적으로 초췌해 보였다.
고진우는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짐을 나르는 광경을 보며 걸음을 멈추고 침울한 눈빛으로 이소현을 바라보았다.
“이사해?”
이소현은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다 고진우하고 스치던 사이 그한테 손목이 붙잡혔다.
“소현아, 가지 마.”
거의 애걸하다시피 말을 건넨 고진우의 눈빛은 절실해 보였다.
“앞으로 귀찮게 하지 않을 테니까 이사 가지 않으면 안 돼? 그냥 너하고 가까이 있고 싶어서 그래. 조용히 지낼게.”
이소현은 고진우의 손을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답했다.
“손 놔!”
고진우는 손을 놓지 않았다.
이소현은 필사적으로 뿌리쳤다.
허나 고진우가 힘을 주었다.
“고진우! 아파!”
이소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아프다고 외치자 고진우는 감전된 사람처럼 즉시 힘을 풀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소현아,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난 그냥... 널 붙잡고 싶어서...”
이소현은 빨개진 손목을 문지르며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우린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고 분명 말했었잖아. 난 너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 없어. 그러니까 혼자서 자꾸 미쳐 날뛰지 마.”
이소현은 앞으로 걸어가다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오른 건지 이내 고개를 돌려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며칠 전에 자살 시도 했다면서? 고진우! 네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사람인 줄 알고 나니까 너하고 일찍 헤어진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네가 엄청나게 날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 감동을 받을 일은 절대 없어.”
이소현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앞으로 자살 시도는 절대 하지 마. 연애 한 번에 죄인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이소현은 그 말을 마치고 이삿짐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로 들어섰다.
고진우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이소현이 남기곤 말들을 되읊었다.
앞으로 자살 시도는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럼 그녀도 그를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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