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7장

이 말이 나오자마자 다른 여러 친구가 끼어들었고 온서빈은 그들의 궁색한 변명을 들으면서 굳이 들추지는 않았다. 오는 내내 놀라서 소리를 지른 사람이 송성진이라는 것도, 설령 그가 정말 못한다고 해도 굳이 송성진이 나설 필요가 없으며 이 많은 사람 중에 심유정이 꼭 역할을 맡을 이유는 없다는 것도. 심유정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절도 하지 않았는데 이때 송성진이 입을 열었다. “그건 아니지. 유정이랑 내가 하면 서빈이가 화낼 거야.” 말은 거절하면서도 그의 손은 심유정을 끌어당기며 놓지 않았고 온서빈을 바라보는 눈엔 도발이 가득했다. 바로 그때 묵묵히 듣고 있던 온서빈이 움직이자 송은영과 다른 사람들은 그가 또 화났다고 생각하며 은근슬쩍 나무라기 시작했다. “게임일 뿐인데 왜 그렇게 신경 써?” 온서빈은 마음속으로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겉으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야? 사회자가 없잖아. 난 사회자를 하려는 것뿐이야.” 그렇게 말한 후 그는 사회자석으로 걸어가 심유정과 송성진에게 서둘러 해당 자리에 서라는 신호를 보냈다. 모두 예상치 못한 그의 반응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다가 온서빈이 괜찮다고 했으니 괜찮은 거라며 두 사람이 나서도록 부추겼다. 준비가 끝나고 온서빈은 주례사를 시작하며 순조롭게 진행했다. 온서빈이 신랑 신부가 키스하라는 말에 심유정은 멈칫했다. 당황한 그녀의 모습에도 온서빈은 이유를 묻지 않은 채 그녀의 뒤로 걸어가 심유정을 송성진 쪽으로 밀었다. 비틀거리던 심유정의 입술이 송성진의 볼에 닿았고 입맞춤이 끝나자 뒤의 막이 열리면서 남자주인공의 시점으로 찍은 영상이 재생되었다. 나쁜 여자에게 속아 마음을 다 빼앗긴 채 결혼 당일에 죽은 남자의 원한이 풀리지 않아 이곳 집에 갇힌 채 악귀가 되었고 이 세상 모든 나쁜 여자를 죽이려고 마음먹었다가 플레이어 간의 ‘진실한 사랑’에 감동해 결국은 집념을 내려놓았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끝나고 마지막 문이 열리며 일행은 방에서 나왔는데 영상에서 보던 ‘진실한 사랑’에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지었고 온서빈만 태연하게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서빈아, 방금 성진이랑 나는...” 심유정이 해명하려던 순간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온서빈이 가로챘다. “알아, 다 알아. 게임일 뿐이잖아.” 태연한 그의 표정에 심유정은 마지막에 그가 밀었던 걸 떠올렸다. “그러면 마지막에 날 밀었던 건 무슨 뜻이었어?” 여자 친구를 다른 남자에게 밀어버리는 남자 친구도 있나. 그녀는 온서빈의 얼굴에서 어떤 단서를 찾아내려는 듯 유심히 쳐다봤지만 그는 웃으며 말했다. “무슨 뜻이긴, 빨리 끝내고 나갈 생각이었지.” 심유정이 뭐라 말하려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송성진이 갑자기 빠르게 걸어와 심유정 곁에 서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유정아, 나 배고파. 저 앞에 식당이 있는데 가서 뭐 좀 먹자!” 송성진이 다가와 배고프다고 하자 심유정이 무의식중에 시간을 보니 벌써 점심 식사 시간이었고 밥 먹을 시간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앞쪽으로 걸어갔다. 이를 본 송은영 일행은 눈치껏 손을 흔들었다. “우리도 가야 해서 같이 안 갈게. 더 늦으면 여자 친구가 뭐라고 해.” 말을 마친 그녀는 송성진에게 의미심장한 응원 제스처를 취하며 심유정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바로 돌아서서 출구 방향으로 걸어갔다. 모두의 의도적인 무시당하던 온서빈은 나란히 서 있던 심유정과 송성진 두 사람을 흘깃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둘이 가서 먹어.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말을 마친 그는 두 사람의 반응을 살피지도 않고 곧장 나가버렸다. 일이 있다는 그의 말은 핑계가 아니었다. 얼마 전 새로 발급한 여권이 마침 오늘이면 받을 수 있었다. 놀이공원에서 나온 온서빈은 여권을 받기 위해 택시를 타고 곧장 시청으로 향했다. 여권을 받은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여권과 합격을 알리는 메일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에 올리는 것이었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 송성진, 심유정과 그들의 친구들을 제외한 모두가 볼 수 있게 게시물을 올렸다. 그저 기쁜 소식을 전하려던 것이었는데 사흘 뒤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대학 시절 4년 동안 자신을 가르쳤던 교수님이었는데 심유정을 위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한 이후 연락이 끊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교수님은 아마 그에게 화가 났던 것 같다. “선생님, 왜 갑자기 저한테 전화하셨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교수님의 목소리는 밝았다. “다시 디자인 공부하러 외국에 간다며? 마침 내일 동창회가 있는데 너도 와. 얼굴 한번 보자.”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교수님과 동기들을 생각하며 온서빈은 망설임 없이 동의했다. 그날 밤, 그는 심유정이 언제 돌아왔는지도 모른 채 객실에서 일찍 잠을 청했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