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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온서빈은 심유정이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송성진이랑 같이 있는데 내가 뭘 물어? 예전에는 친구들 모임 갔을 때 자꾸 전화해서 귀찮다며, 그래서 전화 안 했어. 그리고 송성진이랑은 그냥 친구고 별 사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 논리적인 그의 설명에 심유정은 다소 말문이 막혔다. 그런 게 아니라고,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늦게 돌아오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그냥 잠들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려다가 당당한 이유에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다가 얼마 전 송성진이 올렸던 게시물을 떠올리자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성진이 올린 게시물 때문에 화가 난 거네.” 확신에 찬 심유정의 말에도 온서빈은 고개를 저었다. “나 화 안 났어.” 심유정은 한숨을 내쉬며 온서빈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은 채 그저 고집을 부리는 거라고 생각하며 해명했다. “나랑 성진이는 오래 알고 지낸 친구니까 생일에 가서 도와주는 건 당연한 거고 게시물에 달린 댓글은 그냥 장난으로 한 말이니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다시 졸음이 밀려오자 온서빈은 그녀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듣지도 않은 채 대충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가서 쉬어.” “내가 한 말 다 진짜야. 그것 때문에 화낼 필요 없어.” 심유정은 대충 넘기려는 태도에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한숨을 내쉰 온서빈도 어이가 없었다. 너무 피곤해서 이런 식으로 그녀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내가 화가 안 났다는 걸 믿을래?” 그는 휴대폰을 들어 게시물을 하나하나 찾아내 심유정이 보는 앞에서 ‘좋아요’를 눌렀다. “이러면 믿을래?” 심유정은 침묵하며 온서빈이 정말 화가 나지 않았는지 그의 얼굴에서 답을 찾으려는 듯 가만히 응시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한발 물러난 심유정이 그의 옆에 앉아 팔을 뻗어 허리를 감싸려고 했지만 온서빈은 조용히 반대편으로 움직여 피했다. 온서빈이 가까이 다가가는 자신을 거부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심유정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곧바로 거절당했다는 불쾌함이 밀려왔다. “화 안 났다며?” 눈을 감은 온서빈은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댔다. “오늘 일하느라 피곤했어.” 그녀는 입술을 꾹 다문 채 결국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심유정이 나왔을 때 온서빈은 이미 아침을 먹고 있었고 식탁에 자신의 몫이 없는 것을 보며 물었다. “내 거는?” 온서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아침을 다 먹은 후 말했다. “전에 내가 해준 음식 별로 안 먹길래 내가 만든 걸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앞으로는 안 하려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밖에 가서 직접 사 먹어.” 예상치도 못한 이유에 심유정은 당황했다. 요즘 온서빈이 무척 이상한 것 같았지만 그 이유를 몰라 결국엔 아직 송성진 때문에 화가 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결 누그러진 어투로 다시 말을 꺼냈다. “전에 놀이공원 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오늘 같이 가줄 테니까 화 풀어.” 이미 수없이 화가 난 게 아니라고 설명했던 온서빈은 더 이상 말하기 싫었다. 어차피 말해도 멋대로 생각할 게 뻔하니까. 놀이공원도 예전에는 가고 싶었던 게 맞다.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놀이공원에 데려다줄 사람이 없었기에 심유정과 사귀면서 여러 번 언급하며 같이 가자고 권유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너무 유치하다, 그건 애들이나 하는 거다, 일하느라 바빠서 시간이 없다, 놀이공원에 관심이 없다며 거절했다. 과거를 떠올리며 이번에는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됐어. 애들이나 노는 곳엔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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