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장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요. 그동안 혼자서도 잘 지내왔잖아요?” 신지수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얇은 안개를 사이에 둔 것처럼 분명 눈앞에 있지만 어쩐지 잡히지 않는 듯한 미소였다. 신씨 부부가 신지수의 뜻을 모를 리 없었다. 신지수는 그들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아 했고 더 나아가 가족으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 노수정은 모녀 사이가 더 멀어질까 봐 두려워하며 더 이상 설득하지 못하고 타협했다. “그럼 매주 주말에는 집에 와야 하지 않겠니?” “네.” 신지수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시간이 늦어 신지수는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노수정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지수야, 그럼 그동안 학비는 어떻게 마련했니?”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노수정은 급히 덧붙였다. “다른 뜻은 없고 네가 그동안 고생했을 걸 생각하니 너무 마음 아파서 그래. 내가 이 일을 조금 더 일찍 알지 못한 게 한탄스러울 뿐이야.” 신지수의 기억은 순식간에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조사에서 드러난 내용과 똑같이 신정호와 오미란은 그녀를 마음대로 때리고 부려 먹으며 노예로만 여겼다. 당연히 그녀에게 공부할 기회 따위는 없었다. “아주 어릴 때 그 사람들은 저를 시골로 데려갔어요. 거기에는 민가를 개조한 작은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학비로 인당 2만 원과 고기를 얼마간 제출해야 했어요. 저는 돈이 없었기에 창문 밖에서 몰래 엎드려서 들었어요. 봄부터 여름, 여름부터 겨울까지 그렇게 2년 동안 몰래 배웠어요. 여덟 살 때, 마을에 정말 좋은 할머니가 계셨어요. 그분이 저에게 2만 원을 쥐여주시고 고기도 내어주시면서 학비를 내라고 하셨어요.” 신지수는 그 할머니의 자애로운 미소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마치 동화 속에서 아이를 지켜주는 신 같은 존재였다. 할머니는 그녀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의 꿈을 잃게 해서는 안 되지.” “하지만 전 그 돈을 받지 않았어요. 그 2만 원은 할머니가 대나무 바구니를 짜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었거든요. 저에게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