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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귀티가 흘러넘치는 노수정은 신지수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딸 타령을 했다. 주위는 별안간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특히 한발 늦게 도착한 김현태와 나머지 부하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최근 강성시 갑부인 신씨 가문에서 친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많은 인력을 동원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신지수일 줄이야? “헉!” 부하들이 숨을 들이켰다. “현태 형, 이제 어떡하죠? 그래도 붙잡아야 할까요?” 이제 체포하기는 글렀고, 김현태는 냉소를 짓더니 음흉한 시선으로 신지수의 몸을 훑어내렸다. “두고 봐. 만약 진짜 신씨 가문의 딸이라면 오히려 더 잘된 일이니까. 내 눈에 들어온 이상 반드시 손에 넣고 말 거야. 철수해!” 신씨 가문의 눈에 띄기 전에 김현태는 부하를 데리고 소리소문없이 자리를 떠났다. 한편, 광장에서 노수정은 어느새 눈시울이 빨개졌고, 50대라는 나이에도 주름 하나 찾아보기 힘든 얼굴에 눈물 자극이 가득했다. 그녀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손을 뻗어 딸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으나 신지수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시종일관 무심한 모습은 마치 이방인처럼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노수정의 손이 공중에서 멈칫했고, 딸이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신분부터 밝혔다. “지수야, 난 네 엄마란다. 다름 아닌 널 낳아준 친모야. 당시 죽을힘을 다해 출산한 딸이 남의 자식과 바뀌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어. 그리고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 너를 찾아다녔고, 마침내 이곳에서 마주친 거야.” 말을 이어가던 와중에서 노수정은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붉게 물든 눈동자는 괴로움과 죄책감이 엿보였고,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진심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전생이든 현생이든 신지수는 이 순간만큼은 노수정의 마음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조금 전 딸이라는 호칭도, 슬픔도, 미안함도 전부 진짜였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보여준 편애와 혐오스러운 모습도 거짓은 아니었다. 매번 신윤아와 둘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버림받는 건 항상 그녀였고, 예외는 없었다. 전생에 신윤아가 바다에 빠져 죽은 척한 이후로 노수정이 따귀를 힘껏 날리면서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 “신지수, 내가 여태껏 가장 후회하는 일이 바로 널 다시 집으로 데려온 거야!” 신지수는 눈을 질끈 감고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장면을 되뇌어 보면 슬픔과 분노를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노수정의 품에서 조금씩 벗어났고, 조심스러운 모습은 어딘가 단호하기도 했다. “여사님, 사람 잘못 보셨어요.” “지수야?” 노수정은 속상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억지로 미소를 쥐어짜 냈다. “괜찮아. 아직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은데 엄마는 이해해.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단다. 네가 날 엄마로 인정해주는 날이 언젠간 올 거로 믿어.” 신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수정이 조심스럽게 타일렀다.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일단 엄마랑 집에 같이 가는 게 어때? 아니면 널 혼자 밖에 두고 가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구나.” 친딸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노수정은 즉시 사람을 총동원해 그녀의 행방과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 따라서 신지수 양부모의 집안 배경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아냈다. 양어머니는 가정주부로서 허구한 날 이웃과 싸우는 게 전부였고, 양아버지는 도둑질에 사기까지 망나니가 따로 없다. 그리고 도박꾼 양오빠는 항상 빚에 허덕였다. 이런 집안을 노수정이 취급할 리가 있겠는가? 게다가 비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신지수가 자기도 모르게 나쁜 버릇이 들까 봐 걱정되었다. 그동안 몰랐다고 쳐도 지금은 친딸이 눈앞에 버젓이 나타난 상황에서 무려 본인의 몸에서 잉태한 생명인데 어찌 자기 분신을 그런 불결한 곳에 돌려보내겠는가? “지수야, 엄마랑 차에 타. 알겠지?” 간절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타이르는 노수정을 바라보며 신지수는 묵묵부답하고 시선은 바닥에 엎드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신정우를 향했다. 신정우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신지수의 진짜 신분이 강성시 갑부 신씨 가문의 친딸일 줄이야!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어디 있겠는가? 다시 말해서 그녀를 이용하면 신씨 가문을 마음껏 갈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몇천만 원에 불과한 도박 빚은 단숨에 갚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동안 온갖 고생을 하며 신지수를 키워줬는데 보상으로 수십억 정도는 충분히 요구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문득 깨달은 신정우는 두 눈에 탐욕과 간사함이 엿보였고, 마치 한 마리의 하이에나를 연상케 했다. 물론 신지수는 원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그곳은 집이 아니라 심연보다 더 숨 막히는 감옥이며, 더욱이 신정우와 김현태가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이러한 인간쓰레기들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곧 노수정과 함께 신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곧이어 그녀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노수정을 바라보았고, 마치 사랑을 갈망하는 아이처럼 약간의 기대와 동경이 섞여 있었다. 이를 발견한 노수정은 가슴이 미어지더니 다시 눈물을 흘렸다. “지수야, 집에 가자.” 신지수는 노수정이 가까이 다가와도 묵인하고 그녀의 손에 이끌려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뒷좌석에 앉고 나서 고개를 살짝 숙였는데, 조심스러운 눈빛과 마음 여린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무심함과 비아냥으로 바뀌었다. ‘또 만나네, 신윤아.’ 줄지어 멈춰선 고급 승용차들이 신씨 저택을 향해 출발했다. 바닥에 엎드린 채 어안이 벙벙한 신정우는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고, 곧이어 엄지를 치켜들고 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하는 신지수를 발견했다. 이내 정신이 번쩍 들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망할 계집애가 이제 막 신분 상승했다고 감히 날 협박해?’ 신정우는 곧바로 바닥에서 기어 일어나 휴대폰을 꺼내 부모님에게 연락해서 고래고래 외쳤다. “아빠, 엄마! 갑부 신씨 가문에서 신지수를 데려갔어요. 지금 당장 오세요. 신씨 가문을 찾아가 시비라도 따져야 하지 않겠어요? 18년 동안 남의 딸을 공짜로 키워줄 수는 없잖아요. 아, 참!” 신정우의 머릿속에 노수정이 조금 전에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당시 그녀가 죽을힘을 다해 출산한 딸이 남의 자식과 바뀌었고 하지 않았는가? 이내 신정우는 눈이 반짝 빛났다. 만약 신지수가 신씨 가문의 친딸이라면 현재 신씨 가문에서 딸로 착각하고 있는 신윤아가 바로 그의 친동생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우리도 진짜 가족 찾으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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